[콘텐츠포럼] 융합콘텐츠 시작은 기술이 아닌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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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융합은 기존에 있던 두 가지 소재가 녹아서 새로운 하나의 소재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합해지는 것이라면 복합이란 용어가 더 적절하겠지만 녹아서 새로운 특성을 가진 사물이 생겨난다고 해서 ‘융합’이란 용어를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다. 핵융합처럼 특정 과학분야에서만 사용될 것 같던 융합이라는 용어가 콘텐츠 업계에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방통융합’이라는 환경변화에 콘텐츠 업계가 적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 매체면서 유통경로인 방송과 통신의 구별과 차이가 기술로 극복되고 새로운 위험과 기회가 콘텐츠 업계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되자 콘텐츠와 관련된 많은 사람이 융합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콘텐츠 분야의 융합이란 용어는 기술적인 이해가 많아야 할 수 있고, ‘가상현실’ ‘세컨드라이프’ 등 새로운 변화에 가장 앞서야 시도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융합 콘텐츠는 어려운 기술과 새로운 플랫폼을 이해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산업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융합 콘텐츠는 ‘만화’다. 그림과 글이라는 두 가지 전혀 다른 분야가 만나서 새로운 콘텐츠 장르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글과 그림의 단순한 복합체인 ‘그림책’이 있었지만, 만화는 전혀 새로운 융합물로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글과 그림을 함께 묶어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누군가의 새로운 상상력이 만화라는 성공적인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융합 콘텐츠는 융합을 위해 기기 혹은 플랫폼, 콘텐츠 외 산업과 콘텐츠를 강제적으로 연결해 만들어질 가능성보다는 고객의 편리함을 증진시키고 시장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융합형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실사영화와 컴퓨터그래픽(CG)을 합성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영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융합형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융합형 콘텐츠를 몇 가지로 유형화하면 오히려 참신하고 새로운 융합 콘텐츠의 출현을 막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결국 융합 콘텐츠는 융합을 목적으로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성공한 새로운 상상력의 결과물인 콘텐츠를 향후에 분석한 것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사상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사상을 공부해야 하고, 기술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콘텐츠 산업이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만화를 만들어 낸 사람이 그림을 배우고, 글을 깨우쳤던 것처럼 새로운 융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기본적인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그림을 배우고 글을 쓸 줄 아는 것만으로 좋은 만화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기술만으로는 좋은 융합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없다.

 성공한 융합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기술과 콘텐츠를 기계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필요한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을 기존의 사고와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콘텐츠 영역, 플랫폼, 산업 장르를 벗어날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영역도 넘나드는 상상력이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융합 콘텐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전현택 성공회대학교 디지털컨텐츠학과 교수 tttak@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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