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폰, 오렌지, O2는 영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벌이는 경쟁은 이통 서비스 개발이나 고객 유치에만 머물지 않는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통신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는 이른바 그린 리더십에서도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전자신문미래기술연구센터(ETRC)에 의뢰, 최근 발간한 ‘2009 방송통신분야 그린IT 동향분석 리포트 vol.1’에 따르면 영국 통신사업자들의 친환경, 고효율 그린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기업이 스스로의 필요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에 관심이 높은 유럽의 특성이 방송통신 사업자들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이동통신사업자 보다폰은 2007 회계연도 기준 연간 123만톤에 달했던 탄소 배출량을 2020년까지 61만5000톤으로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회사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지국이 에너지 효율화의 우선 대상이다.
야외 공기를 이용해 네트워크 장비의 작동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 2008년 이후 설치되는 기지국 장비에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지국 장비가 정상 작동하는 적정 온도를 기존보다 4℃ 높은 25℃로 올리기만 해도 에너지 사용량을 10%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브리티시텔레콤(BT)은 2016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6년 수준의 8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영국 전체 전력 소비의 1%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진 BT그룹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BT만이 아니라 영국 전체가 얻는 에너지 효율 효과는 크다.
BT는 최근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는 ‘21세기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 이미 740만달러의 전기료를 절약하고 영국 내 탄소 배출량을 60% 절감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O?가 그린IT와 관련해 집중한 분야는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미터링’이다. 2005년 이후 에너지 효율 증대 활동에 투자한 175만파운드 중 대부분이 이 분야에 투입됐다.
현재까지 397개 O2 소매점(retail store) 중 330개에 스마트 미터를 설치했으며 이를 통해 최근 3년간 에너지 효율성을 15%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실생활과 밀접한 에너지 저감 기기 개발도 활발하다. 오렌지는 지난 5월 에너지를 저감할 수 있는 휴대폰 충전기를 출시했다. 텐트나 고무보트에 사용하는, 발로 밟아 공기를 주입하는 파워 펌프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장치다.
O2도 2008년 11월 에너지 소비량을 70%까지 줄일 수 있는 범용 휴대폰 충전기를 출시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면 플러그에 꽂혀 있더라도 전력 공급을 줄이는 기술을 채택한 제품이다. O?에 따르면 이 제품으로 사용자 1인당 1년에 30파운드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총 5번 그린IT 동향분석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실(www.kcc.go.kr)이나 전자신문 인터넷 리포트몰(report.etnews.co.kr)에서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다.
최순욱 ETRC 연구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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