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랜스포머2’에는 합체로봇 ‘디베스테이터’가 등장한다. 굴삭기·콘크리트 펌프트럭 등 각종 건축 중장비로 변신하는 총 7개의 트랜스포머가 합체해 탄생한 디베스테이터는 건물 10층에 달하는 초대형 로봇이다. 합체 후 네 발로 뛰어다니고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초대형 합체로봇 등장에 자녀와 함께 극장을 찾은 중장년층 관객들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 갖고 놀던 합체로봇 장난감이 영화 속에서 실감나게 재현됐기 때문일 게다. 이 초대형 합체로봇의 힘은 대단했다. 지난달 24일 개봉 후 4주 만에 관객 7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역대 국내 개봉 외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다.
이 영화에는 합체 로봇 외에도 곤충로봇 등 60여종에 가까운 다양한 로봇이 나온다. 이들 로봇 군단 가운데 다른 것은 몰라도 곤충로봇은 조만간 영화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의 과학자들이 곤충로봇, 일명 ‘사이벅스(cybug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산하 고등방위연구계획청은 곤충을 이용한 로봇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온 곤충의 정교함을 그대로 모방한 로봇을 만드는 대신 살아 있는 곤충에 전자칩을 이식해 원격조종, 무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일본에서도 하이브리드 로봇곤충 연구가 한창이다.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센터 간자키 료헤이 교수팀은 곤충의 뇌를 개조한 다음 특정임무를 프로그램화하는 로봇곤충 연구를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는 전자회로로 구성된 곤충의 인공두뇌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전자회로를 변형해 뇌 활동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영화 속의 상상이 현실로 점점 다가오는 것이다.
로봇과 함께 많은 이들이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일이 바로 달나라 여행이다. 우리 시각으로 21일은 미국인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 착륙선 이글호를 달 표면에 착륙시킨 뒤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암스트롱이 이글호의 사다리를 내려와 달에 인간의 첫 발자국을 찍는 역사적인 장면은 전 세계에서 5억명이 숨죽이고 지켜봤을 정도로 달 탐사는 지구촌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렇듯 40년 전 인류는 달 착륙을 통해 꿈을 현실화했지만 우리와는 먼 얘기였다. 30년간 정체돼 있던 달 탐사 경쟁이 최근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로 다시 점화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그곳에 대한민국은 없다. 그나마 이달 30일로 예정됐던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도 러시아에 핵심 기술을 의존한 탓에 또 한 차례 연기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겠다고 비전을 제시해 국민에게 ‘꿈’을 심어줬듯 우리 정부도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좀 더 과감한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도 곤충로봇을 만들고 달 탐사 경쟁에 하루빨리 뛰어들 수 있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돈이 ‘4대 강 살리기’가 아닌 과학기술 분야에 투입된다면 국회의사당 지붕이 열리면서 로보트태권V가 나오고 가족여행을 달나라로 가는 ‘즐거운 상상’이 좀 더 빨리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종윤 국제부장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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