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가 정보통신 ‘하이웨이’를 만들자고 제창했던 적이 있다. 과거 미국에 투자 열풍을 일으켰고 선진국으로 이끌어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던 고속도로 건설 붐을 거울삼아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고속의 정보통신망을 구축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서자는 말로 고속 정보통신망의 구축에 열정을 쏟았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통신 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당시 기술적인 과제는 어떻게 하면 적절한 가격으로 정보의 전달 속도를 높일 수 있느냐하는 것이었다. 모뎀이나 CPU의 처리속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됐으며 광케이블의 일반화에 의해 빠른 정보의 전달이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돼가고 있다. IPTV와 같이 가장 정보량이 많은 동영상이 통신망으로 전달되는 서비스가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 정보통신의 이상을 일컫는 말로 ‘Any time, Any where, Any data’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정부의 정보화 계획에서도 등장했고 기업의 홍보물에도 등장했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무선통신망의 이용이 필수여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이동통신망의 개발과 보급에 노력을 기울였고 우리나라도 이동통신서비스업체가 설비 경쟁을 벌이면서 산은 물론이고 건물 내, 지하, 터널 등까지 이동통신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는 상식을 갖게 될 정도가 됐다. 더불어 기억장치가 발달하면서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셀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컴퓨터를 쓸 때에 기억용량을 별로 걱정하지 않게 됐다.
이와 같이 정보의 처리와 전달의 장벽이 극히 낮아지면서 이제 정보는 자유재다, 또는 정보의 가격은 ‘0’이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로 정보가 풍부해지고 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이제 엄청나게 많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전 같으면 찾기 어려웠을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어느 잡지에서는 정보공급자의 시각에서 이제 가치를 갖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어텐션이라는 글을 보았다. 수요자의 관심을 갖지 못하는 정보는 시장가치가 없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정보화의 방향도 종래 정보의 처리와 전달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 이제는 정보의 활용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때에 필요한 장소에서 얻는 것이다.
이제는 Any time, Any where가 아니라 ‘Right time, Right Place, Right Information’을 정보통신의 이상으로 삼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정보통신 기술도 통신 속도의 향상이나 통신 범위의 확대를 위한 기술개발이 계속되기는 하겠지만 수요자가 무슨 정보를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지 이를 잘 알아내고 적절한 정보를 구성해 제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보검색과 정보추출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사람이 인식하거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자연적·비자연적 다양한 개념의 인식과 형상화 기술 등 다양한 정보의 획득과 구현 기술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래 정보화의 중점이 정보의 공급 측면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정보의 수요 측면에 두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보의 수요자인 사회 각 분야의 정보통신 이용 방법과 내용이 중요해지고 이는 융합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앞으로 정보활용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면 이를 활용하는 각 분야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기술이 사무실과 공장을 바꾸어 놓았듯이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보호, 사교육, 남북통일, 고령화, 의료건강 등 각종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원식 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wskim@t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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