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인터넷을 대하는 中·美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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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9년 6월 중국. 지난 2일 ‘keso’라는 아이디를 가진 블로거는 자신의 사이트에 ‘아무런 근거 없는 차단에 분노하며 6월 2일을 기억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의 글 아래에는 공감한다는 네티즌 댓글이 100개 가까이 쏟아졌다. 다른 수많은 중국 블로거도 ‘빌어먹을 만리방화벽(Fuck GFW, 정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만리장성에 빗댄 표현)’이라는 표현을 쓰며 격한 반응의 글을 올렸다. 이날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외신과 마이크로소프트 발표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4일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두고 트위터, 플리커, 유튜브 등 다수의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다고 한다. 이 대상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검색서비스 ‘빙’은 물론이고 핫메일 이용까지도 포함됐다.

 #2. 2009년 5월 미국.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해온 트위터 계정 @BarackObama를 1일부터 백악관 공식 트위터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새 대법관 지명 등 주요 정책사안을 트위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으며 3일 현재 @BarackObama를 신청한 트위터 이용자(follwer)는 130만명에 이른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구글 정책실장을 CTO로 임명하는 등 최근 인터넷 기업들의 인재를 속속 영입하고 있다.

 세계를 이끌고 가는 양대 국가인 중국과 미국 정부가 인터넷을 대하는 방식은 이렇게 다르다. 물론 나라마다 역사와 조건, 환경이 다른만큼 단순한 잣대로 어떤 행위나 정책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중국 정부는 시민들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결집하게 되면 소요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 이를 막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방법이 틀렸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후유증은 적지 않다. 전 세계 시민에게 중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글로벌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스럽게 하고 있다. 자유·소통·공유라는 인류 공통 가치를 인정하기보다는 감시와 통제 방식으로 인터넷을 검열하려는 후진성의 극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젊은 미국 정부의 인터넷 프렌들리 정책은 미국 인터넷 시장과 문화를 매우 활기 있는 곳으로 바꿔놓고 있다. 미국 국민의 90% 이상이 페이스북·트위터·마이스페이스닷컴 등 소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활발한 토론, 공유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스페이스닷컴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홈리스 찰스 피츠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루 14시간 소셜 서비스에 몰입하며 ‘온라인은 내가 살아가는 힘’이라고 말한 70대 노인의 사연을 실었다. 세계 네티즌도 오만한 미국이라는 그간의 인식에서 탈피해 소통하는 미국의 리더십에 강한 인상을 받고 있다.

 적어도 인터넷 접근방식에서는 중국보다 미국이 훨씬 영리하다. 미국 정부는 철저히 이용자·마케터 관점에서 인터넷을 정치, 정책,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하는 최적화된 도구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우메다 모치오는 ‘웹 진화론’에서 “인터넷 일부에서는 현실세계나 현 체제를 냉소하는 분위기가 존재하지만 그 냉소는 현실세계나 체제를 전혀 흔들지 않는다. 오히려 서브시스템으로서 그 안정을 돕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을 재해석하면 인터넷의 속성을 잘 파악해 영리하게 이용하는 정부는 현재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지난 1년여간 MB 정부가 인터넷에 취한 정책을 돌이켜보며 생각해본다. 우리 정부는 영리한가.

 조인혜 미래기술연구센터 팀장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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