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전문가보다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새 CEO로 찾은 것 같습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으로 시작된 인터뷰에서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신임사장(48)은 시스코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비즈니스 전문가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네트워크(통신) 산업에 대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휴먼 네트워크’ 밖에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몇 달전부터 라우터·스위치의 개념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전직(컨설턴트)이 진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조 사장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에서 최고의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렸다. 1989년 KAIST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가진 첫 직장이 액센츄어다. 그리고 20년을 근무하며 2000여명의 최고 두뇌를 지휘하는 아·태 전자부문 대표까지 올랐다.
“액센츄어만큼 좋은 회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능력과 열정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인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였습니다. 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회사가 잘 될 때, 가지말라고 말릴 때, 가고 싶은 회사가 있을 때’라는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스코코리아의 대표를 맡아 옮기게 된 것도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회사가 최고점이 아닌 어려운 시기를 지나 회복되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가장 좋을 때 떠날 수도 있었지만,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는 것도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제가 자리를 비우니 4명 정도 승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 사장은 자기 사람을 책임지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이후 조 사장이 파트너급으로 승진시킨 사람만 6명이다. 부장까지는 정이 많은 상사로 기억할 수 있지만 이사로 승진하면 달라진다. 이사는 비즈니스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며 파트너로 가는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이 근무했던 직원은 이사로 승진하면서 ‘조범구와 세상’이 바뀐 것 같다는 말을 남겼을 정도다.
그는 일에 미친 사람을 좋아한다. 그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조 사장은 사람 관계(휴먼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 사장의 공식적인 출근일은 6월 1일이다. 하지만 1주일 먼저 출근을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대표를 겸하고 있던 강성욱 아시아총괄 사장이나 키쓰 총괄부사장 등으로부터 1주일이라도 더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조 사장은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시스코의 비전에 맞는 더 크고, 더 멀리 보는 비즈니스를 하겠다”면서 “1위가 변하지 않으면 2, 3위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는게 세상의 이치”라고 시장 주도기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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