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이소연 "꿈이었나 싶어요"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거기 있었던 10일이 워낙 짧고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어서 그런지 갔다 왔다는 게 꿈같은 느낌이 들어요.”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라서 그런 것일까. 보통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우주에서의 경험이 평생 뇌리에 남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 단 1명뿐인 이 우주인은 “그곳에 안 갔다 온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알쏭달쏭한 얘기를 꺼냈다. 지난해 4월8일 이소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씨가 소유즈 우주선 TMA-12를 타고 우주를 다녀온 지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났지만, 그의 경험담을 들으려는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지 강연요청이 쇄도하고 있고, 지난 5일 뉴욕에서 열린 그의 강연에는 우주인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4일부터 미국 뉴욕을 방문해 각종 강연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씨는 7일 연합뉴스에 “기억은 생생하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벌써 1년이 됐나 싶다”면서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우주에 다녀온 경험이 ’인간 이소연’에게 미친 영향을 묻자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만든 것 같다”면서 “예전에는 내 공부, 내 일에 치여 다른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주인이 된 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우리 엄마, 아빠처럼 평범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미 ’인간 이소연’의 계획이 ’우주인 이소연’의 계획이 돼버렸다”면서 “언젠가는 그렇게 되도록 준비하려고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에 대한 생각을 묻자 겸손한 대답부터 돌아온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고민했겠지만 안 풀린 문제도 있을 것이고 이제 막 엔지니어가 될 듯, 말 듯한 신참이라 우리나라 전체적인 과학기술에 대해 판단할 만한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과학기술을 등한시하는 풍토에는 한마디를 빠트리지 않았다. 그는 “다만 바람이 있다면 멀리 보고 계획하고 움직이고 했으면..하는 생각이 있어요. 우리는 당장 1-2년 뒤의 성과에 너무 연연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당장 투자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토양을 기름지게 할 기초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슛을 쏘는 축구선수가 위축되지 않게 하려면 공을 잘못 차도 박수를 쳐줘야 자신감을 얻어 다음에 골도 넣고 그러잖아요. 과학자들도 사실 조금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면 정말 큰 성공을 얻을 수 있거든요. 근데 요즘엔 실패할까 봐 슈팅 자체를 못하는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너무 많아요. 이런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고, 또 그렇게 되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하죠” 예비 우주인이었다가 고산 씨의 탈락으로 갑자기 우주에 가게 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항상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점을 ‘소름끼치게’ 깨닫게 해준 일이었다”면서 “현지 훈련 중 러시아 사람들은 내게 ’(발사)6시간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되풀이해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강연)요청이 너무 많아서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면서도 “어느 정도 정리되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는 것도 내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날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이씨는 작년 4월 우주 비행 당시 한국과 유엔 간 우의를 상징하기 위해 유엔기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져갔다가 되돌아왔고, 반 총장의 작년 7월 방한시 우주에 다녀온 유엔기를 반 총장에게 전달하기도 했었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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