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특이점’은 오는가

Photo Image

 호기심을 자극하는 짤막한 뉴스가 눈에 띄었다. NASA와 구글에 관한 기사였다. 캘리포니아의 ‘싱귤래러티(Singularity) 대학’이라는 신개념 연구소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보도였다. NASA의 에임스연구소 주도로 싱귤래러티 대학에 바이오기술학과, 나노기술학과 그리고 인공지능학과 등을 두고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란다.

 싱귤레러티 대학은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인 레이 커즈와일 박사가 세운 곳이다. 싱귤래러티란 쉽게 말해 임계점과 비슷한 의미다. 그러나 보통 임계점이 아니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비등점 정도가 아니다. 블랙홀의 영역에 접하는 지점을 뜻하는 특이점에 비견된다. 천지개벽이 이루어지고 우주의 신비가 벗겨지는 지점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인류의 과학기술 진보가 2배 승수로 체증하는 법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8개월마다 칩의 집적도가 2배씩 높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그는 비단 반도체뿐 아니라 모든 과학기술이 일정기간 동안 2배씩 발전해왔음을 증명해 보였다.

 승수의 놀라움은 옛 일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한 장수에게 왕이 어떤 선물을 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 장수는 바둑판 한 칸마다 쌀 알을 두 배씩 늘려 채워 달라고 했다. 왕은 너무나 소박한 그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왕은 나중에 그 장수를 죽여버렸다. 알고 보니 왕국에서 나오는 모든 쌀로도 바둑판을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장수가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승수의 위력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커즈와일은 인류가 지난 수천년 동안 승수의 법칙에 따라 과학기술을 진보시켜온 결과, 조만간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 덕분에 장기를 갈아끼우거나 재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는 수긍이 간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컴퓨터 두뇌, 즉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를 능가하게 된다.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로봇이 탄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간두뇌를 칩에 심을 수도 있다. 생물학적으로든 두뇌적으로든 인간이 이른바 영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나노기술 덕분에 환경문제도 말끔히 사라진다. 태양열만으로도 인류가 쓰고도 남을 만큼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원자를 이용해 바위 한 덩어리에 지구 전체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01년 출간된 그의 저서는 100권 이상의 주석서를 동원할 만큼 매우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씌어졌다.

 하지만 특이점 너머의 세계가 너무 놀라워 인류 최대의 논쟁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담고 있다. 인간 두뇌를 능가하는 로봇이라니, 사람이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다니, 육체도 영생을 누린다니. 공상과학 소설보다 더 진일보된 예측이다.

 더 놀라운 것은 NASA와 구글이다. 나사와 구글은 세계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민관 분야의 쌍두마차다. 그런 쌍두마차가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벤처를 놓아두고 싱귤래러티 대학을 선택하다니. 그 이유가 무얼까. 정말 특이점은 오는 것일까.

 궁금증도 궁금증이지만 미국이 참 부럽다.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를 방대한 과학기술 자료와 지식을 활용해 증명하고 예측한 레이 커즈와일 박사의 집념과 창의력이. 황당하기조차 한 그의 주장과 연구에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NASA와 구글이 있다는 사실이.

 10년 전 청소로봇을 세계 처음 개발해 국내 기업에 생산을 제안했었다는 이면우 교수가 전하는 말이다. “이거, 미국에서 개발된 적 있나요? 시장은 얼마나 되지요?” “세계 처음이니 개발된 적 없지요. 10년 후에는 큰 시장이 될 것입니다.” 청소로봇은 지금 미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했다.

 유성호 논설위원 shyu@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