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악마의 유혹, 인터넷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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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이야기! 고액 배당 끝내줍니다.”

 오늘도 휴대폰에 여지없이 문자가 뜬다. 인터넷 도박을 유혹하는 문자다. 하루에도 한두 번씩 절대 거르는 날이 없다. 아마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일상일 것이다. 내 휴대폰 번호가 어떻게 흘러들어갔는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이 같은 문자가 전송됐을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아직 인성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않은 청소년에게 인터넷 도박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지난해 말 신문과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방송인이 인터넷 도박으로 무려 26억원을 송금했고 이 중 13억원을 날렸다는 뉴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검찰에서 당사자는 인터넷 도박이 불법인 줄 몰랐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았고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못할 처지라면서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옛날부터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1980년대에는 주부도박단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했다. 또 지난 2006년에 한 해는 바다이야기로 대한민국 전체가 심한 몸살을 앓았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도박이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빠져들 수 있는 가깝지만 치명적인 늪이 돼버렸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는 휴대폰 단문 서비스(SMS)나 스팸메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 이들은 필터링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어들 사이에 임의의 특수 문자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차단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쉽게 막기가 어려우니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일반인이 도박에서 이길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인터넷 도박은 게임을 할 때마다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불법 사이트로 서버는 필리핀 등 도박이 합법화된 나라에 둔다. 그러니 단속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인터넷 도박의 특성상 게임과 관련된 자료가 모두 전산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한순간 호기심으로 즐긴 인터넷 도박으로 본의 아니게 범법자로 남을 수 있다.

 주니퍼리서치 보고서에 의하면, 휴대폰 카지노와 복권, 스포츠 도박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휴대폰 도박의 총수익이 2009년 193억달러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보고서 저자인 윈저 홀든 박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총수익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며(39%), 유럽(37%)과 북미(15%)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센터장 최동열)는 인터넷·도박 등 중독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전국 단위로 순회예방 강연 및 현장 상담을 펼치는 ‘찾아가는 상담활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동열 센터장은 도박을 어떤 질병보다 무섭고 강렬한 유혹으로 파멸을 부르는 악마의 손짓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도박은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이고 종국에는 가정의 파멸로 치달으며 결국 사회 근간까지 흔들어버린다. 특히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이 늘어 도박이란 덫에 걸리기 쉽다. 도박 근절을 개인의 의지에만 기대기에 이미 상황이 심각하다.

홍승모·경제교육부장 sm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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