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주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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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에서 맡고 있는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주식관련 업무다. 거래소나 코스닥에서 주식매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흔히들 ‘주담(주식담당직원의 준말)’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국내에는 1800여개의 상장사가 있고 모든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공시전문인력을 보유해야 한다. 공시전담 조직이 별도로 있는 대기업을 감안하면 국내에 약 2000명의 주담이 존재하는 셈이다. 지난 4개월 동안 국내 증시는 해외 증시 폭락 및 환율을 비롯한 세계경제환경의 악화로 국내 대부분 주식이 반토막 나거나 액면가 이하까지 추락했다. 이런 아찔한 순간들을 뉴스에 담을 때면 주로 여의도 증권맨의 실망스러운 얼굴이 클로즈업되곤 한다. 하지만 증권사 직원만이 주가 흐름에 따라 희로애락이 교차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폭락하면 투자자들이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과연 ‘증권맨’일까. 증권맨들의 전화기만큼 각 상장사 주담의 전화기도 쉴 새 없이 울려댄다.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들로 정상업무가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회사 전화국선 모두가 불통이 되는 날도 있다. 반대로 주식이 상승하는 날은 이상하게도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는다. 아마도 투자자들은 주식이 떨어지는 날은 주담 탓을 하고 주식이 오르는 날은 자기만족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생각해볼 문제다.

 국내에는 1800여개의 상장사가 있지만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홍보조직을 운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언론기관을 거쳐 회사를 직접 홍보하기는 더욱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투자자들이 주담을 찾고, 그에게 회사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회사의 투자자가 주담을 통해 회사에 친숙해지고, 자기가 투자한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인할 수 있다면 주담으로서 더 바랄 게 없다. 투자자들에게 지면을 빌려 한 말씀 드린다면, 대부분의 정상적인 상장사라면 어떤 극한 환경에 노출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3년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상장사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믿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거쳐 투자한 회사라면,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할 때 가져다주는 이익이 더 클 것이다. 오늘도 아침 전화벨로 하루 업무를 시작할 주담들의 성공적인 하루를 기원한다.

이재석 루멘스 기획팀 과장 jslee@lume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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