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RFID산업화의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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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태그(RFID)의 산업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협의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하며 산업 기반을 조성해 왔고 조만간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시장은 의외로 열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최근 몇몇 업체는 발길을 돌리고 있어 가시적인 수요가 보이지 않으면 이 현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기기들의 단가, 특히 태그 단가가 산업화의 걸림돌로 보고 단가 낮추기에 전념했다. 저가격으로 수요를 유발하고 대량 생산으로 다시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을 기대한 것이다. 그 결과 가격이 많이 내려갔지만 시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산업화를 막고 있는 또 다른 장벽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물류유통 분야의 보수성 때문이다.

 신기술 도입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싶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비용만 날리고 기업의 신뢰도마저 추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류유통 분야가 대규모 선도 수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보수성이 관련 업계로서는 커다란 부담이고 이를 타파하지 않는 한 산업화의 길은 요원할 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현재로서는 적용 분야의 RFID 프로세스를 개발해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프로세스 기술이란 해당 분야의 업무분석을 바탕으로, RFID 적용 포인트 설계, 하드웨어 규격 개발, 소프트웨어 구현 및 기존 정보시스템 연계, 현장 시험과 검증을 통한 수요자 요구사항 반영 등 일련의 통합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핵심 원천기술이라기보다는 산업공학적이고 경영학적인 내용이 훨씬 많이 포함돼 있으며 기존 바코드 기반 프로세스에 RFID 기술이 접목되는 것이므로 양측의 기술을 모두 소화해야 다룰 수 있는 전문 분야다. 또 전 산업에서 보편화되기 전까지는 국내외적으로 실용화된 사례가 많지 않아 세세한 부문까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기술이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시행한 시범사업도 크게는 이 프로세스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대부분이 수요자 측면보다는 기기 개발자(공급자) 주도로 진행됐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수요자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성공한 사례로 최근 우정사업본부에서 발주한 ‘운송용기 RFID 시스템’ 구축 사업을 들 수 있다. 4년에 걸친 프로세스 연구와 현장 시험을 통한 시행착오, 수요자 요구사항 반영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면서 거둔 결실이다. 당장은 5만여개의 태그와 600여개의 리더 분량으로 공급자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향후 소포까지 확장된다면 산업화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분야별 특성에 맞춰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것이 시장의 보수성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동안 정부와 각종 협의체에서 여러 가지 전략을 세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시범사업을 펼쳐 기업체 참여를 유도, 산업화 기틀을 마련했다면 이제부터는 프로세스 개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서 실질적인 성공 사례로 산업화의 결실을 얻어야 한다. 박종흥 ETRI 우정기술연구센터장 jpark@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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