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과하면 독이된다.’

 기업간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M&A가 기업의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기업역량을 약화시키는 사례도 초래한다. 지난해와 올해 기업간 대규모 인수합병건이 크게 늘면서 M&A의 후유증도 크게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최근 연이은 M&A 성공으로 사업과 실적 시너지가 기대됐던 금호아시아나, 두산, 유진그룹 등은 모두 올해 갑작스러운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곤경에 빠졌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밥캣의 실적이 악화되며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밥캣 실적 부진이 지속돼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이 낮아졌고 두산그룹이 밥캣 인수대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한꺼번에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만 쏟아 부은 돈이 6조4000억원 정도고 이 중 차입금 비율은 40%를 넘는다. 특히 인수 당시 재무 투자자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으로 인한 부담은 최근 대우건설 주가 하락 탓에 커져가고 있다. 하이마트, 서울증권 등을 인수했던 유진기업은 최근 증권사를 재매각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았다. 물론 이를 두고 실패한 M&A로 단정짓기 어렵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된 가운데 이뤄진 M&A라는 점에서 효과가 크게 반감된 것만은 사실이다.

 M&A 전문가들은 실패 사례에서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기업의 전략 실행을 위해서 M&A가 꼭 필요한지 또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많은 기업이 M&A에 있어 시너지에 대한 지나친 확신으로 과도한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벨이 워드퍼펙을 14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그 예다. 노벨은 워드퍼팩의 인수로 MS나 로터스보다 시너지면에서 우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인수후 주가 하락으로 5억55000만달러의 가치 하락을 경험했고 다시 2억달러에 코렐에 되팔았다. 결국 12억달러를 넘게 손해 본 꼴이다.

 통합 과정의 진행 중 경쟁사나 경쟁환경 변화에 적절한 대응도 인수합병을 위한 중요 포인트다.

 신현장 둘하나벤처컨설팅 대표는 “보통 기업을 매도하기 위해서 6개월 이상이 소요되므로 M&A 추진기간 동안 운전자금 및 핵심인력, 주요 매출처가 훼손되지 않도록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 대표는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규모의 M&A를 시도함으로써 M&A 경험과 역량을 구축하는 것도 성공적 M&A를 위한 필수”라고 말했다. 시스코의 경우 1990년부터 10년간 55개 기업을 인수하면서 M&A 경험을 축적했고 이를 통해 시스코만의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성공적인 M&A를 지속한 것이 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합병 후 통합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경규 벤처에셋홀딩스 대표는 “성공적으로 M&A를 체결하더라도 통합과정에서 M&A업체간 문화적 차이로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며 “CEO의 의지와 강력한 지원이 중요한 만큼 피인수기업의 자율성과 문화를 최대한 존중해주고 피인수기업 조직원의 동요방지를 위해 신속한 비전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이형수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