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히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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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극심한 혼란 상황이다. 불과 몇 개월 사이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유수의 다국적 금융기관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고, 실물 경제에는 금융 위기의 암운이 드리워졌다. 미국의 간판 기업인 자동차 3사도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권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가 어떤 기업들에는 생존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앤드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경기 침체 전 하위 75%에 속하던 기업 가운데 14%는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상위 그룹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조사에서도 지난 1999∼2003년 침체기와 2003∼2007년 호황기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침체기에 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거나 후퇴한 비율이 호황기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후퇴하는 기업은 위기에 과도하게 대응하면서 전면적인 비용 삭감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기술개발(R&D)과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투자를 축소한다. 고객 서비스를 무시하고 협력업체에 고통을 전가한다. 불황이 끝나고 호황이 찾아왔을 때 쓸 총탄이 없다. 그리고 후퇴가 아니라 도태돼 버린다. 반면에 도약하는 기업은 위기에 신속히 대응하고 선택적인 비용절감 정책을 사용한다. 기술개발 및 핵심 역량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 않으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경영 효율화와 경쟁력 제고를 모색한다. 즉,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질 변화를 시도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고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체력 단련에 집중한다. 불황이란 긴 터널 후 더 높이 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효과적인 IT 도입은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다. 특히,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와 같은 프로세스 혁신 인프라는 기업이 지닌 자원을 최적화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불황의 시기에 그 진가를 더한다.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의 역할도 높아지고, 비즈니스는 ‘거래 관계(transaction relationships)’보다 ‘협업(collaboration relationships)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BI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통찰력을 높여줄 수 있다. 빠른 상황 판단과 변화예측 능력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즈니스의 향방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다. 기업들은 환율 변동과 같은 외부 경제 요인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변수들을 빠르게 파악해 의사 결정에 반영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BI는 이를 돕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 역시 전 세계 다른 국가들과 협업해 문제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기업들도 비즈니스 유연성 향상과 협업 관계를 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인앤드컴퍼니 조사를 보면 1927년 이후 경기 침체기의 평균 지속 기간은 11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운명은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다. 도약할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지속적이고 현명한 투자와 프로세스 재정비를 통한 혁신이 그 답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 won.joon.hyoung@s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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