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교육제도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사교육을 줄이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이 끊임없이 제시되고 있고, 이에 따른 찬반 양론은 언제나 뜨겁다.
올 초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미래과학 시나리오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를 보면 교육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 래미의 아들 하늘이는 책을 보고 태양계의 순서를 외우는 대신 태양계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 직접 행성들의 움직임, 블랙홀 등을 눈으로 보며 학교 수업을 받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교육 수준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시나리오는 산속 오지마을에서도 홀로그램 교사와 일대일 가상현실 영어수업을 할 수 있고, 피아노나 성악 같은 예술교육도 가상현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과외’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교육 평등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이 교육수준 향상은 물론이고 교육평등까지 이뤄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자본 싸움이 됐다. 대부분의 부모는 더 많은 돈으로, 더 좋은 환경 속에서, 더 뛰어난 교육을 통해 자녀가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생각을 달리 해보자. 만약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사교육보다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교육이 더 효과가 있으며, 그러한 교육 환경을 국가가 학생들에게 평등하게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자본 싸움이 아니라 피교육자의 능력과 노력에 좌우되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지식정보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그리드(grid) 기술도 과학기술을 통한 선진교육 실현에 중요한 기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드란 첨단 연구장비와 인력 등을 자유자재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차세대 첨단 네트워킹을 말한다. 특히 액세스그리드(access grid) 기술은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가시화 환경을 만들어 준다. 대용량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고 목소리와 얼굴 윤곽은 물론이고 미세한 눈빛까지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 기술을 외국 대학과의 원격교육, 원격면접 등에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원격수술과 원격의료 네트워크 구축 등을 넘어 원격교육에 적극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간 통합이 이뤄진 것에 대해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과학과 교육이 조화를 이뤄 선진교육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양성된 인재들이 세계 최고의 과학강국을 이뤄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선진국 진입, 그리고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시너지 효과일 것이다.
중년세대라면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80년대 초 유행했던 만화영화 아이젠버그에서 철이와 영희가 ‘크로스(cross)!’해서 힘을 모으면 아주 쉽게 악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처럼 과학과 교육이 크로스하면 못 해낼 것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국민 역시 긍정적인 시선으로 교육과 과학이 보다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박영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yspak@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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