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무직 근로자가 집, 차, 커피숍, 공공장소에서 일한다. 모바일로 대표되는 기술 발달 덕분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근로자의 중압감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지만, 불가피하게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바일 근무의 유동성, 자유로움, 생산성에는 대가가 따른다. 근로자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선 제한된 시간에 끝없는 요구사항을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미국·네덜란드·영국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1970년대 높은 실업률을 전문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한 신경제 시스템으로 대체한 경험이 있다. 즉 기술 발전에 힘입어 고수입의 고용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응답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현재 ‘모빌리티(이동성) 혁명’으로 발전해 왔다.
모빌리티 혁명의 화려하고 밝은 측면만 보여줘서는 안 된다. 연결만 하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언어학·미래학·과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모빌리티 혁명의 영향력을 연구 중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소외감·협동심 상실·동기부여 어려움·사회적 교류기회 상실·소속감 결여와 같은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빌리티는 단지 시작점에 불과하다. 탄력근무의 단점을 극복하려면 고위 관리자는 획기적인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신뢰의 문화가 필요하고 관리자는 새로운 문화를 신뢰해야 한다. 목표는 기업 문화의 변화인 것이다.
이제까지 시행착오를 통해 확인한 교훈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제를 기반으로 한 팀원들의 업무수행능력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 직원을 평가할 때 근무 시간이 아닌 목표 달성 방법과 성과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여러 역할에 대한 다양한 평가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회사 정책에 복잡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둘째, 사내 커뮤니케이션 과제를 재평가해야 한다. e메일로만 의사소통을 할 경우 직원들의 반응과 감정 상태를 감지하는 것은 어렵다. 정기적인 모임을 갖거나 영상회의와 같은 멀티미디어 기술을 동원해야 한다.
셋째, 재교육이다. 특히 원격 관리환경, 원격 팀 구성, 멀티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기법 개선에 대해 신뢰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해야 한다. 넷째, 보이지 않는 비용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무실이 덜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비용이 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재택근무자가 회의에 참석하고 이동하는 데 필요한 통신 및 이동 비용이 증가한다. 재택근무자를 관리하기 위한 부서도 있어야 한다. 온라인 문서 공유, 온라인 회의 등 서로 다른 장소를 연계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와 블로그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비용이 줄겠지만, 적절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당황할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모바일 근무 이해를 돕기 위한 지방의회 국책 프로젝트 ‘노마드(project nomad)’를 계획했다. 재정평가팀에 태블릿 PC 장비를 제공, 재정지원이 필요한 사람들과 재택 인터뷰를 할 때 직원들이 직접 PC에 기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이 47% 향상됐다. 고객의 불평이 줄어들었다. 이제 재정평가팀은 의료보장에 필요한 보험 관련 양식을 현장에서 직접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모바일 근무를 통해 매년 3억3600만파운드(약 7115억원)에 해당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즉, 탄력근무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노동 방식’이다. 성공 여부는 탄력 근무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개선된 기업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력 근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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