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본 부실한 지식정보사회기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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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정보화법제 개편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의 전면 개정 법률로서 지식정보사회기본법이 제시됐다. 개정 취지는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국가정보화 추진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활용 중심의 역기능 방지 패러다임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개정안은 기본 논리조차 갖추지 못했다. 건강한 지식정보 사회의 방향과 괴리를 보이면서 현 정부의 불균형한 정보화 시각의 단면을 드러냈다.

 먼저, 법제 개편의 기본 방향은 기존의 정보기술(IT)과 IT산업 위주에서 탈피해 지식정보의 효율적 공유·활용을 중시한다고 했다. 방향 설정은 시대 상황에 부합하지만 실제 법안 내용은 여전히 공급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일례로 개정 법률 조항이나 정책 영역에서 산업기술 분야가 사회 문화를 압도한다. 법률 기조도 국가경쟁력 강화에 경도된 효율성, 능률성 중시의 경제 논리가 합목적성, 형평성이라는 정보문화사회적 가치를 지배하고 있다.

 그 바탕은 법령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산술적으로 숫자 줄이는 식의 하드웨어 통폐합 논리가 작용하는 듯하다.

 이처럼 물리적 통폐합이 선진화인 양 밀어붙이려다 자칫 소프트웨어의 질적 특성을 훼손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정보통신산업진흥을,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산업 육성을 위해 각각 개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양자는 정보화촉진기본법에서 분열,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법률은 당연히 경제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식정보사회기본법은 사회문화적 가치가 고려돼야 한다. 더구나 지식정보화 모법이 되려면 법률 내용이나 체계에서 공급 측면의 산업기술과 수요 측면의 정보문화·사회 간 조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본조차 무시되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워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한 정보격차해소법을 폐지하여 기본법 조항으로 흡수, 축소하려는 움직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보화 특성과 특기를 포기한 채 기본으로 가두려는 시도로서 자칫 정보화법률의 하향 평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는 지식정보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없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인터넷 역기능을 정보 전염병이라 언급했다. 사실 인터넷 역기능은 그릇된 정보 의식과 불건전한 정보 이용에 의한 정보문화 미성숙에서 비롯된다.

 건전한 정보문화 진흥과 정보 격차 해소는 정보 신뢰와 사회통합을 위해 특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정보화 문제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T장관회의에서도 역기능과 IT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중요 의제로 다룰 정도로 세계적 정책 이슈다.

 이런데도 정부는 정녕 그 중요성을 모른다는 말인가. 정보화법제정비 현장에서는 IT 융합 및 확산이니 방송통신 육성이니 낯익은 소리들이 요란한데 정작 ‘따뜻한 IT’는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그나마 정보사회의 온기를 유지했던 정보격차해소법마저 폐지될 운명에 처했으니 이명박 정부의 IT정책엔 인간중심적 철학도 아예 없는 모양이다.

 자칫 정보복지가 7년 전으로 후퇴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누구보다 정보화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겐 특히 그렇다.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용기를 준 건 줄기세포가 아니라 정보기술이다. 현재로선 그렇다는 것이다.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장노년층, 농어민 등 소외계층들도 정보 문명의 혜택을 함께 나누어야 할 대상이다.

 그래야 포용적 혁신(inclusive innovation)으로 신뢰가 깃든 창조적 IT강국이 가능하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려면 공청회가 절차적 형식 요건만 충족시키는 이벤트에서 벗어나 각계에서 분출된 다양한 우려의 소리들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우선, 부실한 기본부터 재정비하는 게 정보화법제 개편의 올바른 순서다. 한세억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정보정책 전공) sehan@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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