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가면 아침에는 나의 입맛과 몸 상태에 맞는 음식이 차려지고 기온과 습도에 맞는 옷이 준비된다. 자동차를 타면 교통 상황을 고려한 최단 코스를 안내해주고 길을 잃어도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도와준다. 도시 내 차량과 사람의 수, 위치 등이 실시간 파악돼 최적의 치안이 유지된다.
이런 곳이 있다면 500여년 전 영국의 토머스 모어가 쓴 소설의 제목을 따라 ‘유토피아(Utopia)’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유토피아의 어원을 보면 ‘어디에도 없는 곳’ ‘아무 데에도 없는 나라’다. 너무 이상적이라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다른 이름으로 현실 세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06년 4월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세계에서 무선통신이 가장 발전한 나라로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 법한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이오인식 시스템으로 인증을 받아 사무실이나 아파트를 출입하고, 거리를 다니면서 휴대폰으로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며 주변 쇼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을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더 이상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전자태그(RFID)·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생체인식(Biometrics)·CCTV·지리정보시스템(GIS)·지능형교통시스템(ITS)·텔레매틱스·광대역통신망·와이브로 등의 정보기술이 총망라되는 u시티가 건설되면, 우리 머릿속 상상은 그대로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비쿼터스의 역기능 측면에서 보면 유무선 네트워크가 끝없이 연결되고 정보 공유와 연계가 강화되면서 지금보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가상 공간과 실물 공간이 통합되면서 PC 기반 인터넷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개인의 위치나 영상, 생체정보 등 새로운 유형의 개인정보 문제가 본격화될 것이다.
이는 PC를 끈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굴레가 아니어서 심각하다. 가상 공간에서 실물 공간으로 컴퓨팅 네트워크 영역이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문제는 24시간 개인의 생활을 장악한다. 조지 오웰은 전체주의 정권이 만든 단 하나의 ‘빅 브러더(Big brother)’를 걱정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시장이 만든 무수한 ‘빅 브러더’를 걱정해야 한다. 즉 새로운 위협이 상존하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안심하고 u-IT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안전하고 신뢰받는 유비쿼터스 사회 구현을 위해 정보보호 중기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종합 대책은 u사회(society)를 보는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u정부(gov)의 안전성을 높이며 u비즈(biz)의 신뢰성 확보 등의 방향으로 세부 추진 과제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일찍 유비쿼터스 사회로 진입했지만 아직은 초창기라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정부가 그리는 큰 그림을 중심으로 기업, 개인이 협력해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역기능에 대한 대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 나간다면 충분히 ‘제어 가능한 유비쿼터스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는 유비쿼터스라는 이름의 유토피아를 열망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 아름다운 사회가 개인정보와 사생활 침해, 감시와 통제로 인해 어느 한순간 디스토피아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 유비쿼터스 사회란 언제 어디서나 컴퓨팅이 가능하고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동시에 이를 거쳐 유통되는 다양한 정보 역시 언제 어디서나 보호되는 사회여야 할 것이다. 장광수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cksoo@mopa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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