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은 만화가 이현세가 한국 만화 10년을 주도하는 힘을 준 간판 작품이었다. 만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은 그 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고 문화콘텐츠의 원작으로서 만화의 가치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 작품은 2009년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다.
어린이날 학부모들이 여의도에 모여 만화책을 불태울 정도로 만화를 터부시했던 시절에 온국민을 ‘까치’와 ‘엄지’에 열광시키게 한 힘은 무엇일까. 그리고 27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콘텐츠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문화콘텐츠 창작사례 워크숍’의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만화가 이현세는 “야구라는 대중적 소재를 어른의 정서에도 접근하면서 아동이 봤을 때도 무리 없는 표현을 하겠다는 기획을 갖고 접근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만화는 어린애들이나 보는 것으로 치부되고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먼저 심의 받아야 하던 시절에 만화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온가족이 보도록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공포의 외인구단’을 탄생시킨 셈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세 가지 헤드카피인 ‘지독한 사랑’ ‘강한 것은 아름답다’ ‘싫어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고 살게 해주겠다’가 현재 사회에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현세 작가는 ‘아마게돈’을 통해 처음으로 원소스멀티유스(OSMU)를 시도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1990년대 후반 쥬라기공원의 성공으로 대기업이 영상사업단을 만들어 앞다퉈 영화에 투자를 하던 시기인 데다 만화가 이현세의 명성을 보고 많은 투자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애니메이션 ‘아마게돈’의 총감독을 맡았지만 만화와 영화의 문법 차이를 몰랐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그는 실패를 그대로 묻어두지 않고 실패 요인을 분석한 백서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는 야심작 ‘천국의 신화’가 외설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현재 연재 중인 ‘창천수호위’와 ‘버디’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OSMU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2주전 KBS와 드라마 제작 계약을 마무리하면서 기획에서부터 OSMU를 염두에 둔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골프를 소재로 한 ‘버디’는 한국 만화 중 최초로 간접광고(PPL)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현세 작가는 “골프에 등장하는 의상이나 클럽은 광고효과가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고 기업이 PPL에 나서면 자연스럽게 OSMU도 추진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되는 ‘창천수호위’가 해외에서도 투자하는 작품으로 승화되기를 꿈꾼다. ‘아마게돈’의 실패를 멋지게 되돌려주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다.
이현세 작가는 상업성이 있는 기획을 하더라도 만화를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힘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력과 인내, 집중력’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이수운기자 pero@
많이 본 뉴스
-
1
스타링크 이어 원웹, 韓 온다…위성통신 시대 눈앞
-
2
美 마이크론 HBM3E 16단 양산 준비…차세대 HBM '韓 위협'
-
3
LG 임직원만 쓰는 '챗엑사원' 써보니…결과 보여준 배경·이유까지 '술술'
-
4
단독CS, 서울지점 결국 '해산'...한국서 발 뺀다
-
5
애플페이, 국내 교통카드 연동 '좌초'…수수료 협상이 관건
-
6
NHN클라우드, 클라우드 자격증 내놨다···시장 주도권 경쟁 가열
-
7
美매체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 블랙웰 결함에 주문 연기”
-
8
초경량 카나나 나노, 중형급 뺨치는 성능
-
9
카카오헬스, 매출 120억·15만 다운로드 돌파…日 진출로 '퀀텀 점프'
-
10
BYD, 전기차 4종 판매 확정…아토3 3190만원·씰 4290만원·돌핀 2600만원·시라이언7 4490만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