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DVR 다시 빛 본다

 집에서 VCR을 이용해 드라마를 녹화하는 것은 합법이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이용자가 개인적 활용을 목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는 사적복제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복제가 이뤄지는 곳이 개인의 집이 아닌 케이블 방송사라면 이는 합법일까, 불법일까?

 새로운 저작권 논란을 일으켰던 이 문제에 대한 미 법원의 판결은 불법이 아니다는 것이다. 5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항소법원은 케이블 방송사인 케이블비전의 네트워크 DVR 서비스가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케이블비전은 가입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격지 서버에 녹화해 뒀다가 언제든 다시 재생해 볼 수 있는 네트워크 DVR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리모트 스토리지(RS)-DVR’로 명칭이 바뀐 이 서비스는 기존 DVR이 셋톱박스에 내장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것과 달리 케이블비전의 회사 서버에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점이 특징이었다.

 HDD가 필요 없다 보니 DVR를 공짜로 제공할 수 있을 만큼 단가가 낮아지고 가입자 모집에도 유리했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대량 복제를 우려한 유니버셜·파라마운트·월트디즈니·CBS 등은 케이블비전이 자신들의 저작물을 상업적으로 복제해 전송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07년 3월 저작권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케이블비전의 서비스는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콘텐츠를 온 디멘드 형태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므로 위법하다”며 서비스 중단을 명령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녹화 장비가 집에 있는 것과 방송사 서버에 있는 것에 큰 차이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프로그램이 케이블비전사 서버에 저장되는 것은 맞지만 케이블비전이 복제 행위에 관여하지 않고 오직 개인이 이를 결정하도록 서비스가 구성돼 있다”며 “이는 결국 VCR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케이블비전의 서비스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케이블비전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저작권 단체들은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미국 시청자들 사이에선 DVR의 ‘건너뛰기’ 기능을 이용해 TV광고를 보지 않는 습관이 확산되고 있는데, 케이블비전의 사업 모델이 법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값싼 DVR을 보급시키는 계기가 돼 이번 사건이 방송광고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또 다른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네트워크 DVR 분쟁 일지>

일시 내용

2006년 5월 CBS·유니버설·파라마운트 등 7개사 케이블비전 저작권 침해로 제소

2007년 3월 美 지방법원, 케이블비전 저작법 위반 판결

2007년 10월 케이블비전 항소 제기

2008년 8월 美 항소법원, 케이블비전 저작권 비침해 판결

윤건일기자 benyu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