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쟁 시장경제 체제에서 요금부과 원칙은 공급자가 가격을 책정하고 소비자가 판단해 구매하는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공공재 성격이면 원가에 일정 이윤을 부가해 매기는 원가보상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재화는 사업에 따르는 위험이 거의 없다. IPTV는 분명 공공재 성격에 가까운 서비스며 우리는 이에 대해 원가와 일정 이윤을 초과하는 가격을 부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왜곡된 원가 산정으로 이 부문의 원가가 부풀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PTV 시행령은 회계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논의의 관건은 회계 분리가 되면 여기서 도출된 가격을 우리가 기꺼이 지급할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우리가 부담하는, 또는 하게 될 가격이 공급자의 원가보상이라는 성격을 얼마나 보장해주는지다.
특정 사업의 원가는 대부분 투자비에 대한 감가상각과 인건비 및 경비, 그리고 전용회선 등의 사용료로 구분된다. 이를 직접비와 공통비로 구분하면 사전 투자된 설비가 많고 한 사람이 여러 서비스에 관여돼 있는 통신서비스의 공통비는 70% 이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어느 원가 항목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구분이 어려운 비용도 있고 본사 경비와 같이 일방적으로 할당 배분되는 경비도 있다. 이러한 경비가 70%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는 원가 배분의 원칙이 조금만 편중되어도 통신업체가 제공하는 특정 서비스의 원가를 과도하게 왜곡시키기 충분한 수준이다.
회계 분리를 우려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원가 발생의 형태에서 과연 IPTV 서비스에만 해당하는 원가를 적정히 산정해 낼 수 있는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와 같은 복잡한 원가 형태에서 나아가 사업자들이 의도적으로 원가를 조작하려 한다면 매우 쉽게 특정 부문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IPTV 서비스를 행할 때 소요되는 원가를 소상히 밝히고 객관적으로 검증해 통신사업자가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원가 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서비스 제공 후 원가를 산정해 검증하는 방식 또한 고려해야 하는 기능이다. 이러한 감시 감독은 기업의 안팎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원가 투명성을 위해 사업부를 독립시키면 원가 산정에서 공통원가 배분 계산의 불확실성은 분명히 줄어든다. 그러나 사업부 독립에 따라 사업자가 다른 사업과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됨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원가를 더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인력과 장비가 중복 투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제까지 해왔던 준비에 다른 요소를 첨가해야 하므로 서비스의 제공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 이는 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소가 된다.
근본적으로는 IPTV 서비스의 회계를 위한 조직 형태는 우리가 논의하는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원가 산정 및 그 적용에서는 업체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되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지므로 신뢰성 있는 가격 산정이 이루어지면 그뿐이다. 그 운영과 결과만이 중요하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서비스 원가 산정 시에 위험성이 많이 부각된 현금에 IPTV 부문을 본회계에서 분리, 요금을 계산한다는 것에 소비자는 불안해 한다. 이는 그동안 사업자들이 이 부문에서 충분한 신뢰를 쌓는 데 실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IPTV 서비스에서 회계만 분리할 것인지 사업부를 독립시킬 것인지. 소비자들은 약간의 원가를 추가 부담하더라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거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이체되는 이상한 원가를 부담하기 원치 않을 것이다. 임득수 한국기업평가원 부원장 ids@kiv.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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