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셋톱박스의 끝없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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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 시행령을 최종 확정하면서 이르면 올 10월부터 실시간 방송이 지원되는 IPTV를 즐길 수 있게 됐다. IPTV가 향후 5년 이내에 미디어 업계를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시장의 강한 기대감 속에 국가적으로도 차세대 신성장동력 모델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IPTV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에 발맞춰 셋톱박스의 발전 역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 첫 단계로서 하이브리드 IPTV 셋톱박스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기존의 IPTV 셋톱박스가 IPTV, VoD 서비스와 브라우징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이브리드 IPTV 셋톱박스는 IP망을 활용하는 IPTV 기능 외에 디지털 방송이 수신되는 튜너를 장착한 형태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셋톱박스의 등장으로 소비자는 기존 IPTV 기반의 서비스에서 벗어나 디지털 방송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방송 서비스와 양방향 데이터 송수신이라는 방송과 통신의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됐다.

 셋톱박스의 진화는 단순히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셋톱박스가 단순히 방송사업자나 통신사업자가 전송하는 콘텐츠를 수신하고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기능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네트워크 게임, 홈 시큐리티 기능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셋톱박스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VoIP, PVR, 디빅스 플레이어, 콘텐츠 스토리지 등의 기능을 셋톱박스 내에서 구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PC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던 많은 서비스가 셋톱박스를 거쳐 TV에서도 구현될 수 있는, 즉 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거실에서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IPTV 셋톱박스가 PC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할 칩세트가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 VoD 기반의 IPTV용 칩세트로는 아직까지 다양한 부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텔CE2110 미디어 프로세서(코드명 OLO)의 등장은 홈 미디어 시장의 발전이 한 단계 앞당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텔이 차세대 홈 미디어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이 칩은 게임, 영상통화, 홈시큐리티 등 그동안 IPTV가 구현하려 애썼던 다양한 기능의 지원이 가능하다. 올 하반기부터 가온미디어의 IPTV 셋톱박스에 탑재돼 소비자에게 제공될 예정으로, 가정 내 디지털 기기의 허브로서의 기능을 독자적으로 갖춘 차별화된 프리미엄 IPTV 셋톱박스가 탄생할 것이다.

 IPTV 셋톱박스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은 독립적인 유료서비스가 아닌 IP를 기반으로 모든 가전과 콘텐츠가 연결되는 홈 네트워크 형태로의 진화다. IPTV 셋톱박스에 홈 게이트웨이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양방향 TV 시청은 물론이고 가전제품 제어, 방범, 방제 등 가정 내 홈 오토메이션까지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가전기기, 단말기기와 연결함으로써 음성·데이터·사진·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이처럼 셋톱박스는 이용자의 멀티미디어 욕구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TV와 PC가 홈 서버의 중심을 놓고 경쟁해왔지만 TV는 각국의 방송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서, PC는 공간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셋톱박스가 모든 기능을 흡수해 앞으로 열릴 홈 네트워크 세상에서 홈 서버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셋톱박스의 진화를 가속화시킬 IPTV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현 시점, IPTV가 만드는 진정한 양방향TV 시대, 홈 네트워크의 원격 조종이 가능한 시대가 하루빨리 도래해 사용자가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임화섭 가온미디어 사장 kaon01@kaon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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