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과 미래 성장은 프로세스, 상품, 문화 그리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다. 상품 라이프사이클이 불과 몇 개월 수준으로 짧아지는 데 따라 비즈니스 실행 시간도 수분대로 줄이기 위해서는 변화 관리와 IT를 포함한 프로세스 구축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난 2003년 5월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니컬러스 카의 ‘IT doesn’t matter’가 실리자 많은 논쟁이 야기됐다. 그의 주장은 “IT는 이미 패키지로 상품화돼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요지다. 사실 ERP, CRM, SCM 등과 같은 기존의 기업용 업무시스템은 비교적 안정화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 선보였다.
그러나 이 시스템들은 개방성 부족, 신속한 변경 불가능, 시스템 간 통합 및 최적화 어려움 등으로 실제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재구성을 오히려 막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프로세스들의 자동화는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능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니컬러스 카의 주장이 일견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현재는 신속하고 유연한 IT를 구축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BPM)와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로 대표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플랫폼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이러한 IT투자의 효과 및 비즈니스 기여도를 의심하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AP와 오라클 같은 외국의 거대 기업용 업무 시스템 공급회사들도 기업용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등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기존 패키지를 뛰어넘어 SOA와 BPM 기반의 서비스 개발 및 프로세스 관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비용 측면에서도 오프쇼어 개발에 의한 SOA 서비스 개발 또는 기존 서비스의 재활용 등으로 패키지의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시스템 도입보다 개발, 유지보수 비용 등의 TCO 측면에서도 더욱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의 기업용 업무 시스템 현황을 보면, ERP 시장만 보더라도 지난해 5000억원에 달하는 라이선스와 서비스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외산 패키지 솔루션이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는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돼야 한다. 패키지 기반의 기업용 업무시스템으로는 일반적으로 선진화돼 있다고 알려진 공통화된 프로세스를 사용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들이 재고회전율, 고객 응답시간 등에서 세계 유수의 글로벌 회사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 프로세스의 도입을 위해 외국 패키지를 도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는 흔히 IT의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전 세계 시장에서 0.2%의 소프트웨어 수출 규모를 가진 개발도상국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업용 업무시스템에도 집중적인 투자와 개발을 해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SI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을 기반으로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선진화된 업무 관행을 SOA 서비스로 많이 구현·보유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구조를 가지고, 이 서비스들을 프로세스로 연결해 자동화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서비스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국내 SI 업체 및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러한 시스템의 공급에 주력해 국내 업체들의 업무시스템 도입 방식을 글로벌 패키지 도입 방식이 아닌 SOA와 BPM 기반의 SI 개발 방식으로 변환을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신속 유연한 IT 시스템의 지원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안유환 핸디피엠지 사장 ywahn@handypmg.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데이터 시대의 전략적 선택, 엣지 AI
-
2
[ET시론] 2025년을 준비하는 로봇 산업
-
3
[ET대학포럼] 〈202〉저성장 한국 제조업, 홍익인간에서 길을 찾다
-
4
[ET톡] 경계해야 할 중국 반도체 장비 자립
-
5
[사설]국회 '반도체 특별법' 논의 속도 내야
-
6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1〉CES 2025가 보여 줄 'AI 비즈니스 혁신' 3가지
-
7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65〉일자리 문제는 시간 싸움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54〉한 없이 절망 했고, 한 없이 기뻤다
-
9
[인사] 신한카드
-
10
[사설] 트럼프 2기 산업 대비책 힘 모아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