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북한 평양에 과학기술서적 100만권 보내기 캠페인 일환으로 1차분 1만4000권을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 기증했다. 방문 중 김책공대와 인민대학습당의 전자도서관에서 도서 정보검색을 해 보았다. 몇 년 전에는 클라이언트서버(CS) 버전인 비주얼베이식(Visual Basic)언어로 개발돼서 내부만 운영됐으나, 이번에 목격한 전자도서관들은 웹 기반인 자바로 개발돼서인지 인트라넷으로 연동돼 있었다. 세계인이 사용하는 인터넷의 목적은 개방과 공유인데, 북한만이 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웹 URL이 아니라, http://192.168.110.252인 IP주소로 전자도서관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이었다. 또 학습자가 전문 원격교육센터에서 e러닝을 하는데, 내부 인트라넷인 IP주소를 사용해 교육용 콘텐츠에 접속하고 있었다.
요즘 북한 교육성은 70년대 초 한국의 KAIST 모델과 같은 교육 및 과학연구대학원을 목표로 석·박사 과정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반 박사원(석·박사 과정)은 세미나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미 학부과정에서 교재를 가지고 기초이론과 실습 과정을 수료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대학원에서는 석사·박사 과정을 통합, 수업이 진행된다. 한 교과목에 3권 정도 참고서적을 지정해 읽고 요약 발표하며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관련 저널 및 논문을 찾아보고, 본인의 실험 자료를 활용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 발표 시 토론을 거쳐 내부 검증을 받고, 지도교수에게 논문지도를 받은 후 관련 국내외 유명 학회에서 학술논문으로 발표한다. 학술발표대회에서는 외부 학자들의 토론과 심사과정을 거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으며, 검증을 거친 후에야 논문을 게재할 수 있다. 또 해외 학술회의에서는 영어논문으로 발표하며, 심사를 거쳐 논문을 검증받게 돼 있다. 이런 이유로 박사원 과정 중 연구의 70%는 국내외 저널을 읽고, 비교 실험을 거쳐 논문을 작성한다. 아울러 논문 발표는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검증을 받는 일이다. 그러므로 박사원 과정에서는 논문작성을 위해 최신 해외 학술저널 및 논문을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 당연히 지도교수의 임무는 끊임없이 석·박사 과정학생들과 실험을 거쳐 논문작성을 지도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대학원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단위 학술도서관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해외학술서적이 검색되도록 인터넷 시스템이 지원돼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은 아직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작년 11월 말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전국지식인 대회’가 개최됐다고 한다. 여기에서 북한의 지식인들은 “과학과 기술의 정보화시대 요구에 맞춰 높은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강국을 하루속히 세우는 데 선도적 역할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렇듯 북한은 자립 생산성 증대를 위해 과학기술을 매우 갈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우선 과학기술도서부터 기증하는 일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박사원 과정이 운영되도록 돕고, 또 인터넷이 개방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석·박사 학위 준비를 위한 학생들이 해외 지식정보를 알려면 정보를 검색, 자료를 찾아야 한다. 지금 북한처럼 내부 IP주소 인트라넷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운영되는 검색엔진을 자유롭게 사용해 학위를 준비하고 연구개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방이 진전될 것이다. 이는 북한 개방 촉진과 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면서 통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최성/남서울대학교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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