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SW코리아, 다시 시작이다](4부)규모의 경제 키우자③투자환경 조성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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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가 미래를 담보한다.’

 모든 산업은 투자라는 영양분을 먹고 성장한다. 전통산업의 성장엔진인 IT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IT산업의 핵심 기술 기반인 소프트웨어(SW)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은 IT 인프라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IT혁신에는 조직 단위에서 거부감이 크다. 이 때문에 IT화의 효과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 결과 경기침체에 따른 구조조정의 1순위로 아직도 IT 투자가 거론된다.

 IT혁신은 비용절감과 새로운 비즈니스 역량 실현에 따른 이익을 담보한다. 이는 IT가 기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이 아니라, 통합과 프로세스 개선의 촉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기업의 CIO 수준에 머문다. 혁신적인 IT투자가 사업상의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CEO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IT투자는 최고경영진의 인식에 좌우되는데, 아직 경영방침과 IT 직무 간에는 물리적 결합이 존재할 뿐 화학적 결합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세계화를 표방하는 글로벌 기업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SW 개발인력을 매년 1000명씩 대대적으로 증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0년대 초반부터 SW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휴대폰·가전 등 모든 분야에서 SW 개발인력을 우대해 왔다. 이는 국내 여타기업과 차별화되는 삼성전자만의 경쟁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올해에는 SW 개발인력이 국내 단일 기업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

 이명박 정부는 5년 내 세계 100위권 SW 기업 1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놓고 있다. SW를 경제 살리기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창출 능력은 SW가 6.2명인 반면에 통신 2.5명, 제조는 0.6명에 그친다. SW산업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국가 및 다른 산업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인 첨단 산업이자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안이라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에 세계 100대 SW 기업 10개를 육성하게 되면 직접적인 고용창출은 2만명 정도지만 간접적으로 10만명에 가까운 고용 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로써 국내 제조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세계 100대 SW 기업 매출 기준은 2000억원 정도지만, 국내에서 100위권에 드는 기업은 전무하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인해 IT 투자가 가장 먼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암울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말뿐인 ‘목표’보다는 ‘육성’ 방안이 우선돼야 하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겨냥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SW 강국을 향한 선진국들의 경쟁이 뜨겁다. SW 최강국인 미국은 기초 연구 프로젝트의 연방 기금을 장기 투자하고 있으며, 제조강국에서 SW강국으로 변신하고 있는 일본은 최첨단 SW 공학 확립과 SW 거래 투명화를 추진하고 IT 인재 양성 환경조성과 정부 조달 제도 개선 등을 통해 IT 서비스 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세계적인 SW기업을 유치해 고용 창출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우선 구매 정책과 SW 산업 관리 강화 등으로 자국 SW 제품의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SW 기업 연구개발 기구 설립 및 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도 ‘산·학·연 공동의 거대 프로젝트 수립’과 ‘SW 인력 10만 양병설’ 등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전통산업에 날개를 달아 줄 SW 경쟁력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방법론과 관련해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겨냥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그리고 자동차·우주항공·금융·로봇 등 기존 산업과의 다양한 협력사업 발굴 지원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의 수용 속도가 빠른 소비자가 많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시장성을 미리 시험하기 위해 앞을 다투어 한국 시장을 찾고 있으며, ‘IT는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따라서 국내 SW·IT기업들도 환경만 조성되면 글로벌화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를 위해서는 SW 산업의 특성상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 SW 기업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구축한 사례를 활용해 대기업이 앞에서 끌고 중소기업이 뒤에서 밀면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 만하다.

 유영민 한국SW진흥원장은 “휴대폰·자동차·조선 등 우리나라가 강자로 자리 매김한 산업에 SW의 옷을 입혀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자원 투입을 해야 한다”며 “이는 원천 기술 부재로 인한 로열티 부담과 원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며, SW 기업들도 생산자로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산업 측면에서도 고도화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IT 투자’ 열쇠는 인재

 산업은행은 지난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한 IT부문의 설비투자가 올해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IT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혁신의 도구로 떠오르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 비춰 볼 때 매우 우려할 만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업의 IT를 총괄하고 있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IT효용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임원(CFO)에게 알려야 한다. 또 IT가 현업의 업무를 개선하는 도구임을 실제로 증명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 역할은 IT 인재들의 몫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경영과 IT를 접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인재들의 몫이다.

 현재 기업조직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자원 중 하나가 IT다.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모두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IT자원들을 목표한 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 또한 IT리더십의 부재를 체감하는 단적인 사례의 하나로 CIO의 역할론과 맞물린다. SW를 비롯한 국내 기업의 IT투자는 기획과 집행에서 CIO 판단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CIO는 기업경쟁력 확보·비용절감·혁신활동 등 기업 비즈니스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다.

 이제 IT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데도 IT인재는 여전히 뒷전이다. 결정권자들이 IT 이슈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 IT조직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열쇠는 IT 인재가 쥐고 있다. IT인력은 더 이상 전산인력이 아니다. 회사의 첨단 정보화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올라 있다. 특히 CIO는 인력지원 부문은 물론이고 회사 전체 경영을 파악할 수 있는 넓은 시야가 요구된다.

 IT산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재 기근이다. 발전하는 산업에는 인재가 몰린다. 인재들이 다시 산업을 일으키고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IT 강국·SW 강국이 되기 위한 전제 요건은 SW 연구 개발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통해 강력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초급인력 확보와 병행해 고급인력을 적극 육성해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에서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최종 투자 결정은 CEO 몫이다. 아직 IT전문가와 CIO는 그 조언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IT혁신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CIO가 그 책임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 단기적 BEP에 민감한 조직 분위기에서 IT 투자에 대한 조언은 해당 개인에게는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기업의 IT리더십 부재는 IT투자 환경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는 회사가 당장 성과도 도출되지 않는 SW 분야에 대한 투자에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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