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가 다시 뛴다](3)구미국가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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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면적 2171만㎡의 용지에서 지난해 말 기준 1000여개의 기업이 국내 총생산의 7.8%(45조원), 국내 전체 수출의 13.8%(379억달러)를 견인해온 세계적인 디지털전자산업 클러스터. 한국형 실리콘밸리의 꿈인 ‘I-밸리’의 요람으로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모습이다.

1969년에 조성된 구미국가산업단지는 라디오조립에서 시작해 70년대 흑백TV, 80년대 컬러TV 및 VCR, 90년대 LCD와 PDP, 모바일 등 업종변화를 겪으며 지난 29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화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땀의 현장이었다. 이젠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산업분야가 전체 업종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첨단 전자산업에 특화된 국내 최대의 전자산업 집적지로 변모했다.

현재 구미국가산단은 1단지부터 4단지까지 조성돼 있으며, 국내외기업들의 공장부지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5단지도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정부의 지방과학연구단지로 지정돼 향후 5년간 150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연구개발(R&D) 거점 구축 및 R&DB역량강화사업에 나선다. 이 사업은 구미국가산단 4단지에 조성된 구미디지털전자정보기술단지 운영기관인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맡을 예정이다. 기술원은 조만간 기술단지 내에 9322㎡ 규모의 구미디지털사이언스센터를 건립, 기업들의 R&D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구미국가산단의 올해 생산목표는 50조원이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말까지 생산 누계는 8조1370억원으로 목표의 16.3%를 달성했고 가동률은 82.5%에 달한다. 수출은 2월 말까지 58억5500만달러로 목표액(400억달러)의 14.6%에 이른다.

그러나 구미국가산단은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세계적인 기업이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과 베트남으로 생산공장을 신규로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향후 4∼5년 내에 구미국가산단이 기업 없는 산단으로 전락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중소 협력업체들은 대기업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력을 확보해 신규 사업을 개발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고, 지원기관들도 산·학·연·관 네트워크 구축과 R&D 혁신역량강화로 지식집약형 산업체제로 개편하기 위해 공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중부지역본부는 혁신클러스터사업을 통해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분야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혁신클러스터사업의 주관기관인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은 미니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파워디스플레이, 부품소재금형, IT융합섬유 등 6개의 미니클러스터를 구성해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기업 혁신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현재 미니클러스터에는 581명의 회원(기업 400개, 대학 136개, 연구소 23개, 지원기관 22개)이 참여하고 있다. 미니클러스터에서는 지금까지 630회의 네트워크 활동과 181건의 과제를 해결하는 결실을 거뒀다. 또 공동과제 수행을 위해 IT제어, 로봇, 임베디드SW 등 19개의 워킹그룹이 구성돼 활동 중이며, 총 151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가 풀(pool)은 기술과 경영분야의 기업애로를 밀착지원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 외 기술혁신역량강화사업, 기업경쟁력강화사업, 맞춤형 특성화 사업, 산업단지 연구역량강화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크고 작은 성과들을 거뒀다. 이 가운데 맞춤형 특성화사업은 지난해 말 반도체 금형구조 최적화, 터치패널용 기능성 과학필름개발 등 2개 사업을 선정해 개발 중이며, 중소기업이 차세대 기술중심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현재 31개사를 선정해 토털 로드맵 구축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미혁신클러스터추진단은 올해는 미니클러스터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내외 혁신지원기관 간 공동사업 발굴 및 협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입주기업-서원인텍

 1983년 8월 창업한 이후 지난 25년간 연 평균 매출 성장률 27.4%, 국내 휴대폰 부품업체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매출 1000억원 달성.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 서원인텍의 현주소다.

서원인텍(대표 김재윤 www.seowonintech.co.kr)은 휴대폰의 핵심 부품인 키패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키패드 시장 점유율 1위를 노리고 있다.

특수고무를 시작으로 지난 2002년 키패드 사업에 처음 진출한 뒤 구미에 3개의 생산공장을 건립하고, 지난 2004년 7월에는 중국에도 사업장을 설립하는 등 변화 속도가 빠른 휴대폰 부품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 업체의 강점은 시장 트렌드와 교체 수요를 앞질러간다는 것. 관련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키패드 생산을 위한 모든 공정에 독자개발한 자동 생산라인을 보유, 품질과 신뢰성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에 앞서 초경량, 초소형, 다기능화, 고품질화를 구현했고, 차세대 가공기술을 접목한 사출 성형 및 금형, 도장 및 UV코팅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실현했다. 특히 UV코팅과 티타늄 도금 기술이 적용된 EL(Electro-Luminescence) 키패드는 서원인텍 기술의 결정체다. 이렇게 생산한 키패드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생산하고 있는 휴대폰 전 모델의 30%에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03년 1월에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는 서원인텍의 핵심브레인이다. 센터는 키패드 제품개발과 신소재 개발, 시스템 개발, 디자인 개발은 물론이고 지난해에는 와이브로 관련 제품과 2차 전지를 응용한 제품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서원인텍이 R&D를 위해 책정한 사업비는 55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16건에 달하는 특허 등록 및 출원도 과감한 R&D 투자의 결실인 셈이다.

서원인텍의 사업은 이처럼 키패드에서 무선통신과 2차 전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 중 USB형 와이브로 모뎀은 미국에 본사를 둔 무선통신용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사인 GCT와 협력해 개발한 제품으로 올해 해외 대량 공급을 앞두고 있다. 그 외 이 업체는 노트북PC용 배터리 보호 회로인 SCM(Smart Circuit Module)과 휴대폰 배터리 보호회로인 PCM(Protection Circuit Module)을 생산, LG화학과 지멘스 등에 공급했으며, 차세대 안전등과 고효율 백색 LED 라이트를 생산 대한석탄공사와 경동 등에 납품했다.

서원인텍은 앞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한 휴대폰, PDA, 노트북, 카메라, 로봇 등에 필요한 전력시스템과 의료용 배터리팩, 통신용 무전기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김재윤 사장은 “휴대폰 핵심 부품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발판으로 앞으로 와이브로와 2차 전지 관련 신규사업을 더욱 확장,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에서 올해는 14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박소춘 중부지역본부장

 “구미국가산업단지는 IMF를 겪지 않고 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의 노력으로 당시 300억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400억달러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박소춘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중부지역 본부장(56)은 “그러나 구미국가산단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구미국가산단 1단지를 예로 들었다.

그는 “1단지에는 섬유업체가 많았지만 섬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며 “IT 융합섬유와 같이 섬유기업의 부가가치화를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산업단지에도 신성장동력산업분야의 사업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STX와 LG 등 대기업이 구미에 신성장동력산업인 태양광과 관련된 신산업의 실용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 본부장은 “지금까지 구미국가산단이 디스플레이와 모바일이 중심이 됐지만 앞으로는 에너지산업분야도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맞춰 중소기업들의 체질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올해부터는 산학연관 협력지원사업으로 기술개발지원 및 마케팅, 홍보, 해외시장 개척 등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지원서비스로 기업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장맞춤형 기술개발, 시제품 제작, 1사 1교수 멘토링, CEO 혁신아카데미, 해외규격 지원 등 구미국가산단의 특성에 맞는 기업혁신역량강화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산업분야 세계 1위, PDP와 LCD, 휴대폰 시계시장 점유율 1∼3위, 세계 일류상품 18개 보유 등의 목표를 달성해 세계 최대의 전자산업 클러스터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본부는 앞으로도 지원기관 간 네트워킹 및 거버넌스 체계 구축, 생산단지가 아닌 지식집약형 단지로의 개편을 꾀할 예정입니다.”

박 본부장은 “성공적인 혁신클러스터 구축으로 구미국가산단의 미래인 I-밸리를 실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구미=정재훈기자 j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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