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SW인력 남북공동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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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강연하면서 자주 ‘제3의 물결’ 성공사례로 한국을 거론한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경제와 민주화 양면에서 성공한 모범국가로 꼽힌다. 80년대 초반 PC가 보급될 때 동네마다 컴퓨터학원이 성황을 이루었고, SW경진대회에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전국 대학에 컴퓨터학과가 설립되고 컴퓨터교실에서 어르신들까지 컴퓨터 활용교육을 받았다. 전 국민이 컴퓨터에 열광한 것이다. 당시 학생들의 학습열매가 정보화 사회의 기반이 됐다.

 그런데 새로운 위기가 오고 있다. 학생들이 수학·물리·정보프로그래밍을 하지 않는 것이다. 즉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졸업 후 개발업무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전공에 따른 연봉 차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는 10년 내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로 돌아올 것이다. 경쟁국인 중국과 인도의 성장을 보면 두 나라 모두 우수한 SW 프로그래머 양성에 적극적이었다. 앞으로 한국이 7대 강국이 되려면 선도 기술개발과 정보통신 인프라가 바탕이 돼야 한다. 이에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인재양성 정책수립과 SW 아웃소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 1월 재일본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측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강조한 과학기술 산업위주의 자력갱생을 소개했다. 신보는 북측이 “정보산업 시대인 21세기의 자력갱생은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하고, 인민이 덕을 보고 국가에 이익을 주는 실리”라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측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HW산업보다 SW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미 2003년부터 국가 주도로 양성해 온 인재 중심의 SW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전반적인 교육 인프라와 SW 개발인력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예를 들어 전자도서관은 한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며 운영되고 있다. 북측은 지난 2001년 1월 컴퓨터 수재 양성 사업 강화정책을 발표한 이후 수재 양성기지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데 이는 ‘컴퓨터 영재양성 프로그램’ 등 투자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국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과학기술을 ‘단박’에 발전시키려면 외국과의 과학기술 교류가 많아야 하는 것이다. 북측은 그동안 기술자들이 외국서적을 참고하면 이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될까봐 이를 제한했다. 특히 한국 기술서적은 볼 수 없었는데 이제 북측이 변하고 있다. 작년 11월 말 중국 옌볜에서 있었던 제1회 동북아IT포럼에서 북측이 원하는 리눅스 관련 서적을 전달한 적이 있는데 참고서적을 받고 매우 기뻐했다. 조만간 한민족이 지원한 평양과학기술대학교와 지식복합단지가 완성된다. 건물이 완성됐다고 학교가 개교되는 것은 아니다. 고급 인재를 양성하려면 과학기술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이 도서관은 남북 간 지적협력을 위한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 개교 전에 과학기술도서 및 SW전시회인 ‘제1회 평양 정보과학기술 콘퍼런스’가 오는 6월 열릴 예정이다. 이 콘퍼런스는 남북 정보과학기술 출판 및 SW개발 전문가들이 만나서 발전을 논의하는 민족 동질성 회복의 장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오래 갈라져 있던 두 체제가 서로 만나 함께 의견을 나누며 이해할 것이다. 북이 남한과 같은 수준이 됐을 때 한민족이 화해하고 번영과 평화를 구축하게 되며 한반도 통일환경도 조성된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북측 교육성의 인재양성 정책 책임자도 참석, 어떻게 하면 남북 간 정보과학기술교류 기반을 만들며 공동으로 SW 개발인재를 양성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논의할 터인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

  최성/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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