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넷스케이프 향수

 내가 인터넷을 처음 접한 것은 ‘넷스케이프’에서였다. 14년 전인 1994년 탄생한 ‘넷스케이프’는 당시 처음으로 인터넷의 바다를 접해보는 사람들에게 등대와도 같은 존재였다.

 많은 추억을 안겨준 넷스케이프가 버전9.0을 마지막으로 이번달부터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넷스케이프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AOL이 지난 1일부터 넷스케이프의 기술 지원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넷스케이프의 기술 지원은 넷스케이프 커뮤니티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넷스케이프를 향한 네티즌의 향수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한다.

 인터넷 시대를 연 대명사 넷스케이프는 비록 퇴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세상은 점점 더 ‘인터넷’ 없이는 살아가기 힘든 시대다. 편지도 인터넷으로 보내고 친목동호회 활동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뤄진다. 뉴스도 인터넷으로 보고 인터넷 뱅킹과 온라인 게임은 일상화됐다. 전자정부가 출현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자원관리(ERP) 등 기업의 업무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세계에서 유독 한국의 대다수 웹서비스는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 기술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른바 ‘윈도비스타 대란’으로 불리는 2007년의 한바탕 난리법석은 세계 표준을 무시하고 특정기업에 종속적인 인터넷 환경을 용인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넷스케이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은 전 세계 PC 운용체계를 장악한 MS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때문이다. 한때 넷스케이프는 MS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치열한 웹브라우저 전쟁을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넷스케이프를 두고 전 세계 네티즌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추억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함연호 한글과컴퓨터 홍보팀장 yhkorea@haan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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