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노키아 따라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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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알 파치노 등 초호화 배역진이 출연하는 ‘오션스13’에는 고비마다 ‘삼성폰’이 등장한다. 세계 최고 카지노호텔을 신축한 업주(알 파치노)는 “나도 명품인 삼성폰을 갖고 싶어”라고 말한다. “1만달러짜리지만 구할 수가 없다”는 지배인은 용케도 삼성폰을 갖다 바친다. “오, 이게 바로 그 삼성폰이야.” 알 파치노의 만족스러운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대단한 PPL이다. 그래도 관객들은 뿌듯하다.

 노키아의 지난해 실적을 두고 분석이 한창이다. 무려 4억7310만대를 팔아치웠다. 점유율은 40%를 돌파했다. 삼성·모토로라·소니에릭슨 등 2∼4위업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경이로운 것은 25%라는 영업이익률이다. 이쯤되니 노키아 따라잡기 처방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글로벌 소싱력과 SCM이 결합된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배워라. 이머징마켓에서 구축한 탄탄한 유통채널을 본받자. 글로벌 빅 히트상품을 개발하라. 단순 단말이 아닌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바꿔라. 콘텐츠와 디자인으로 승부하자. 정답이다.

 하지만 노키아 흉내낸다고 노키아를 제칠 것 같지는 않다. 이 괴물은 끊임없는 자기혁신을 거쳐 진화해 왔다. 바 타입을 고집하다 존폐 위기를 맞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음악과 신개념 디자인을 앞세워 다시 섰다. 인터넷과 멀티미디어 콘텐츠로의 또 다른 업그레이드는 이미 시작했다. 노키아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OVI를 제공 중이다. 자신들은 휴대폰이 아닌 콘텐츠 업체라고 강조한다. 다 죽었다가 ‘레이저’ 한 방으로 회생했지만 그에 안주해 몰락하는 모토로라와 비교된다. 최강의 원가 경쟁력을 갖췄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차없이 공장을 이전한다. 중저가 제품을 적절히 배치해 마켓셰어를 확보하고 중·고가에서 수익을 남기는 전통적 기법도 완벽하게 소화한다. 도무지 난공불락이다.

 노키아의 약점은 오히려 환경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점유율 40% 이상이면 일단 ‘공공의 적’이 된다. 휴대폰뿐 아니라 통신사업자·인터넷·SW 등 여타 IT업계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업자들은 노키아 쏠림현상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주도권은 고사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좁아진다. 노키아 신화는 오픈마켓에서의 강세가 밑바탕이었다. 융합 트렌드에 대응하는 노키아의 콘텐츠기업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은 정확한 방향성으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지만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장담하기는 이르다. 가전에서 네트워크업체로 바뀌었다는 소니의 예도 있다.

소비성향도 가변적이다. 휴대폰 디자인 역사를 다시 쓴 것은 아이폰의 애플이다. 노키아의 엄청난 혁신역량을 인정하지만 IT 시장의 특성상 영원한 강자는 없다. ‘제국 IBM’도 ‘가전의 대명사’ 소니도 최정상에서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 지금으로서는 노키아의 경쟁자는 노키아 자신뿐이다.

 시선은 다시 삼성으로 돌아간다. 하이엔드 집중화로 신화를 일궜다. 로엔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노키아를 추격할 유일한 기업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신모델 개발력은 되레 앞선다. 휴대폰 모델 수는 노키아보다 많다. 가전과 반도체·HW·SW 등 융합화에 요구되는 인접기술을 한꺼번에 갖고 있다. 자금력과 마케팅망도 뒤질 게 없다. 노키아와 정면승부는 아직 역부족이지만 ‘몸’을 만들고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 모토로라는 ‘20세기 노키아’였다.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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