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를 기치로 내건 신시장 개척이 IT 서비스 기업의 신년 화두가 되고 있다.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해외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IT분야에서 앞선 기술력과 노하우라는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 경쟁력을 해외시장에도 적용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분석과 냉정한 시장 판단력이 필요하다. 또 해외시장에는 국내 시장처럼 일사불란한 체계에서 운영하기 어려운 지역적, 문화적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한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글로벌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첫째, 현지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영장류라도 개코원숭이가 침팬지보다 생존력이 강한 것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집단학습 때문이다. 그들은 밤이 되면 잠을 자기 위해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모인다. 아침이 되면 각자가 전날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먹이가 풍부하게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장소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생존 비법인 것이다.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적인 IT서비스 제공은 기술과 지식, 노하우 자체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 나누고 새로이 창출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구축 범위 및 진척관리, 현지 업무프로세스 이해, 이슈 해결 등은 협력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현지와의 수준 차이를 인식하는 위기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에 길들여진 우리는 해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 운영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지나치게 ‘열역학 제2법칙’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어떤 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가 감소하고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원리로, 조직에서 통제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질서가 깨지고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무질서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2법칙은 외부에서 물질 유입이 없는 ‘닫힌 계’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기업은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면서 인력·정보를 공급받고 있는 ‘열린 계’다. 이 때문에 운영관점, 관리 방법론, 품질, 책임의식의 수준 및 인식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 품질을 강화시킬 수 있는 서로의 열정을 뿜어내도록 해야 한다. 조직과 직원이 꽉 짜인 체계에 따라 움직이고 행동하도록 통제하는 방식에 마음이 가겠지만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스스로 조직화돼 최대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적합한 인재 발굴과 현지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일본 과학기술진흥사업단은 값싼 PC 33대를 연결해서 슈퍼컴퓨터에 버금가는 연산능력을 가지는 ‘병렬 컴퓨터’를 개발했다. 슈퍼컴퓨터는 기술이 진보되면 곧바로 구형컴퓨터가 돼 버리지만 병렬 컴퓨터는 부품만 갈아 끼우면 곧바로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해외시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현지 전문가는 병렬 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진보하는 기술과 노하우는 단기 경쟁력으로 가치가 있지만 장기적인 시장 확대와 토착화를 위해서는 인재 발굴과 현지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
최근 롯데정보통신도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고객사가 러시아·중국·베트남 등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도록 IT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아가 우리나라의 훌륭한 IT솔루션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커뮤니케이션과 위기관리 능력, 인재 및 현지 전문가 양성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가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의욕을 갖고 시작한 해외시장 진출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우위만을 믿다가 실패의 쓴맛을 보는 사례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 시장은 절대 포기할 수도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대한민국 IT서비스를 위해서 말이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oks6012@ldc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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