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IT접목하면 제조업체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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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전자신문 1면에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기존 제조업체도 IT와 접목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얼마든지 살아난다”며 전통 산업의 IT 융·복합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16년을 한결같이 기업 정보화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당선자의 이런 인식에 열렬한 동감과 기대를 표시한다. 동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이 시점에서 2004년 4월에 발간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 현황 보고서’를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제언하고 싶다.

 2001년 당시 정부는 중소기업 정보화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출발임을 강조하고 중소기업을 우리 경제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중소기업 IT화 지원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2003년까지 3년 동안 예산 739억원을 투입해 3만932개 기업이 IT로 전환하는 사업을 지원했다. 당시 5인 이상의 중소기업이 10만개였음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수의 중소기업이 이런 정부의 IT 지원 정책 혜택을 받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또 보고서에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IT 도입 중소기업의 월말 결산 처리 시간이 48%, 납기일이 25% 절감했고, 영업이익률이 2.5% 증가했다는 세부 수치가 제시됐다. 그런데 4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들 중소기업의 IT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비슷한 이야기가 왜 또 나오는 것일까.

 질문의 해답은 여러 방향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IT화의 의미가 중소기업 경영 혁신이라는 의미와 동일하다는 당연한 명제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는 지적과 함께, 중소기업 특성상 오너와 경영자가 분리되지 않아 경영 혁신과 정보화 성패를 오너이자 경영자인 사장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지 자문해 본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의 심층 연구와 해결 방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부 지원에서도 중소기업의 IT화를 이루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는 경영 혁신과 정보화 전문 인력 130여명이 있고 이들을 통해 지난 8년 동안 100개가 넘는 기업고객에 ERP 컨설팅과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애플리케이션 운영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기술과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너 혹은 경영자 의지와 이해 부족으로 정보화를 통한 경영혁신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제조업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보화가 취약한 제조업체를 인수해 직접 오너십을 보유하면서 회사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강력한 경영 혁신과 정보화를 추진하고 인수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인수합병을 코스닥에 상장해 있는 430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추진해 기업 가치 증대의 결과를 시장에서 직접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 조심스럽게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 중소기업인과 간담회에서 강조했다는 “기존 제조업도 앞으로 IT와 접목해서 경쟁력을 가지면 얼마든지 살아나며 중소기업은 아직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는 지침을 받아서 어떤 새로운 IT 정책과 사업을 탄생시키기보다는 관련 기업이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자발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실핏줄과 같으며 이들을 정보화로 탈바꿈해 무장시킬 때 더욱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 단순히 당선 후 선심성 정책이 아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실제로 이들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한다.

 5년 후 이미 중소기업은 IT와 접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더 이상 지원이 필요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싶다.

 넥서브 오병기 대표 brian@nex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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