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이(e·李)노믹스’에는 다양한 수치가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 정책은 크게 3대 비전, 10대 희망, 43대 과제, 92개 약속으로 묶여진다. 이 과제 중 선거를 통해 ‘747’ ‘일자리 300만개’ ‘비핵·개방 3000’ ‘예산절약 20조’ ‘연구개발 5%’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 수치는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운 공약의 실체이자, 향후 추진할 실행계획이 담겨 있다.
‘3대 비전, 10대 희망, 43대 과제, 92개 약속’은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건설해 ‘선진일류국가(국민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약이다. 92개에 이르는 많은 공약 중 숫자로 목표를 표기한 ‘747’ 등은 대선캠프 과정에서 실행계획까지 검토한 것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안국포럼, 외곽에 포진한 전문교수,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서 연도별 실행계획을 이미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인수위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1일 인수위 시무식에서 “열 사람 정도 모여도 여러분 만드는 안 다 만들 수 있다” “안 뭐 새로 만드나? 사방에 흩어져 있는 거 지금 모으는 거다”라면서, 실천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747=‘7%의 경제성장으로 4만달러 시대를 열고, 7대 강국으로 가자.’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핵심은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지난 1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4% 수준으로 예고해 논란이 됐지만, 7% 경제성장을 여전히 자신한다. 7% 경제성장률은 역대 정권 중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대중 정권 시절의 경제성장률과 해외 경제현실을 참고됐다. 참여정부가 2006년 말까지 4.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이 비해 2.5%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의 안전제일주의 경제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책상에서는 전두환 정권의 경제정책이 모법답안이 될 듯하다. 각종 규제는 풀고, 미래 성장동력이 될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육성책을 만드는 것이 7% 성장률에 숨어 있는 코드다. 이 당선자가 국내외 투자유치를 위해 해외 순방계획을 잡고, 인수위가 각종 규제완화를 검토 있는 것도 5공화국 경제정책과 흡사하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박형준 의원은 2일 “한반도 대운하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7%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끌어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자리 300만개=‘일자리 300만개’는 청년 실업을 4%대로 축소하겠다는 먹을거리 정책이다. 실업률 증가로 발생하는 경제 비효율을 제거하고, 인적자원 낭비를 막겠다는 ‘양수겸장’인 셈이다. 높은 실업률은 성장을 막는 요인인 동시에 성장동력 자체를 다시 분배 문제로 회귀하게 만드는 ‘악의 축’이다. 4%대인 경제성장률을 7%대로 끌어올리면 연간 60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다. 이를 5년간 유지하면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된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설비투자 비용이 적은 SW·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주축이 된다.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규제를 풀어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줄풀세’공약도 여기에 녹아 있다.
◇비핵·개방 3000=북한과의 경제 성장과 ‘핵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것이 핵심.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하면 3000달러 국민 소득 수준의 국가로 동반 성장시키겠다는 이 전략은 많은 화제가 됐다. 3000달러 수준은 우리나라 87년도 국민소득 수준이다. 개인별로 TV와 냉장고·전화 등 가전제품들이 가정에 보급돼 본격적인 정보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초기 단계인 셈이다. 전두환 정권 마지막 해 수준이다. ‘3000달러’ 소득 보장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 등 정보통신망이 형성되고 TV 등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생산량이 늘어나는 경제성장 초기단계다. 개성·해주·신의주특구에서 가전제품 생산과 부품 생산이 이뤄져 전반적으로 경제 동력이 생성되는 시점이다.
◇예산절약 20조=정부조직 축소도 핵심이지만, 이 정책의 핵심은 부처별 예산 평가시스템을 강화해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시스템에서처럼 예산과 결산를 연동하는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는 방식이 도입된다. 투자는 과감하게 불필요한 예산은 철저하게 줄이고 남는 예산을 투자로 다시 환원하게 된다.
◇연구개발 투자 GDP대비 5%=2012년까지 연구개발 투자 예산을 GDP 대비 3.23%에서 5% 수준으로 올린다는 게 과기계와의 약속이다. 현재 과학기술부 혁신본부에서 만든 2012년까지 2차 국가 과학기술기본계획과 동일하다. 과학기술 부문에서 만큼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정책에 대해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응용기술은 기업이, 원천기술은 정부가 담당하되 전체 연구개발 예산 중 현재의 25%에서 50%로 늘려 미래 성장동력인 융합산업을 담보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인 셈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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