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부품소재기업, 글로벌 소싱능력 배양해야

 부품소재 산업은 제조업의 핵심근간으로 생산·고용·수출 비중이 전체 제조업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부품소재 산업이 취약하면 산업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경제 전체가 실속 없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기술 개발부터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그리고 시장 개척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부는 우리 부품소재 기업을 글로벌 소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는다.

 그러나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글로벌 소싱 참여는 여전히 일본이나 대만의 업체보다 못하다. 세계적인 IT 강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의 부품소재 기업이 내는 경영성적표는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매출 성장이나 순이익의 규모가 그들에 항상 뒤지는 가장 큰 이유를 국내 기업의 글로벌 소싱 참여 능력 부족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글로벌 소싱 참여 활성화를 위한 핵심 관건은 무엇인가.

 정부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과제와 방안은 다양하다. 기술 혁신의 방법론에서 시장 개척, 전략적 제휴 활성화 그리고 경영 시스템의 선진화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잘못된 것은 없지만 문제의 핵심은 우리 부품소재 기업 자신의 국제화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환자에게 아무리 좋은 약을 주어도 소화시킬 만한 체력이 없다면 소용없는 것과 같다.

 최근 해외의 유수한 투자은행이 한국 기업 중 유망한 기업을 해외에 진출시킬 목적으로 접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토로한 것은 한국 기업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기술개발 능력을 입증하는 방식도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 제휴를 바란다는 기업이 상대방 의사나 그들의 방식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자신들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준비조차 안 돼 있다.

 국내 부품소재 기업의 국제화는 기업이 우선 시야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노력과 준비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지만 정부가 도와 주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기업이 해외기업과 교분을 쌓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해외의 우수한 기업과 업계를 리드하는 인사가 한국을 주목하고 관계를 맺고 싶어하도록 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국제포럼을 만드는 일이다.

 해외 유명강사 초청강연 위주거나 한국의 시각과 주장에서 개최되는 것이 아닌 해외 기술혁신형 기업의 리더에게 필요한 산업과 기술, 기업과 전략을 제시하고 이들이 모이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을 묶고 아시아를 연합하고 세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기술과 전략을 논의하고 제휴하는 실질적 국제포럼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IT산업 등 일부 분야에서는 그런 역할을 한국에 적극적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해외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촉발시켜 줄 전문 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펀드 하면 해외 진출보다 국내 산업과 부족한 분야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부품소재 기업은 다르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일은 전문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도움을 받는다는 일은 결국 누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해외진출 전략 전문펀드가 할 일이다. 이것 또한 국내에서 운용사를 선정하거나 국부 유출 관점에서 운용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해외의 기준과 시각에서 업체를 선별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외 우수한 기술을 발굴해서 국내 기업에 접목시키는 투자를 하고, 이 기술을 글로벌 기업의 수요에 맞게 보완하며 해외시장 개척을 도와주고 전략적 제휴를 주선하는 투자를 하는 전문펀드가 시급히 설립돼야 한다. 그래야 유수한 해외투자자나 기업이 이 펀드를 매개로 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양우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부회장 ywpark@kit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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