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007년 12월 19일

 ‘진보와 보수의 해 묵은 갈등을 끝내고 새로운 초일류 국가로 나가는 시발점이었다.’

 2007년 12월 19일을 이렇게 기억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잘난이와 못난이 구분 말고 모두 용서하고 화해하는 축제의 날로 기억하자.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붐을 일으킨 ‘프리허그(Free hug)’ 운동처럼, 영남이든 호남이든 충청이든 범여권이든 범야권이든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현장에서 모두 하나였던 그때처럼 이해하고 안아주자.

 시끄러운 대선이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부패와 무능’ 세력 간 싸움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여러 정치인과 교수, 기업가도 만났다. 그들의 입에서는 ‘부패는 몇 사람의 문제지만 무능은 국가 전체에 피해를 준다’는 범여권 비판론부터 ‘부패는 경제발전 동력을 저해하는 악의 축’이라는 범야권 비난도 함께 나왔다. ‘거짓말쟁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없다’며 범여권 대선캠프로 뛰어든 청와대 직원도 있었다. ‘아버지 사는 모습도 그렇고 내가 사는 모습도 그렇고’라는 탄식을 내뱉던 자칭 ‘청백리(청년 백수 이십대)도 만났다.

 국민은 이날 정치인보다 현명했다. 그들은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게 상황을 웃어넘겼다. 무관심한 듯 저조한 투표율로 심중을 드러냈고 막판에 터진 BBK 공세를 아무렇지도 않게 반전시켰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자신과 같은 속내를 가진 사람이 많음을 알고 기뻐했다. 이기고 진 사람이 없는 게 선거라고 한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도 한다. 축제를 축제답게 여기는 정치인과 공무원이 많았다면.

 이제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은 혹독하게 반성해야 한다. 국민을 현혹하고 우롱한 죄, 자신보다 부족하다고 업신 여긴 죄, 민심이 똑똑한 자기를 좇아오지 않는다고 욕한 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핏대를 올린 죄, 이제 하나하나 고해성사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뒤틀어지고 상한 것 모두를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벌어질 축제를 국민이 즐길 수 있게 된다. 2007년 12월 19일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김상룡기자<정책팀>@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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