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酒不單杯

 ‘주불단배(酒不單杯)’라는 말이 있다. 채근담 글귀다. 뜻을 그대로 풀자면 ‘한 잔 술은 아니올시다’다.

 하지만 한자어에 숨은 의미가 따로 있다. 단배(單杯)의 단(單)자를 뜯어보면 입(口)이 두 개다. 그래서 이 글귀는 ‘두 잔 술’이나 ‘두 사람이 마시는 술’로 해석된다. 단배(單杯)의 의미를 조금 더 확대 해석하면 ‘짝수 잔’이 된다.

 이에 대안으로 등장하는 글귀가 바로 ‘품배(品杯)’다. 품(品)자는 입(口)이 세 개다. 즉 ‘세 잔 술’이나 ‘세 명이 마시는 술’을 의미한다. 옛사람들은 이를 가장 품위(品位) 있는 술 또는 술자리로 여겨왔다. 또 가장 적절한 정도를 나타내기도 하고 가장 부드럽게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수(數)를 표현한 말로도 해석된다. 송년회로 부쩍 많아진 술자리를 보면 이런 술 문화가 남아 있다. ‘후래자 삼배(後來者 三杯)’나 ‘일삼오칠구’로 술을 시키는 것이다. 짝수보다는 홀수를, 그중에서도 석 삼(三)자를 각별히 선호하는 동양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을 말해주는 글귀도 있다. ‘효배’라는 말이다. ‘효배’의 ‘효’자는 시끄럽다는 뜻으로 입(口)이 네 개나 들어간다. ‘다수(多數)’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시장이나 산업으로 치면 ‘난립(亂立)’이다.

 최근 LG데이콤이 LG파워콤과 함께 IPTV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아주 반가운 얘기다. 이제서야 IPTV 산업도 KT와 하나로를 인수하는 SK텔레콤 그리고 LG데이콤의 3사가 참여, 품(品)자를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 3사가 제대로 어울려 경쟁을 펼침으로써 제대로 된 시장질서를 만들어 가는 게 바람직하다. LG데이콤으로선 뒤늦은 출발이지만 내실을 잘 다져놓아 선발 업체와 충분히 겨룰 만하다고 자신했다.

 어느 한쪽이 심하기 기울어선 제대로 된 품(品)자를 형성할 수 없다. 품격(品格) 있는 경쟁 구도를 그려가기 위해 후발인 LG데이콤의 선전이 요구되는 이유다.

김순기차장·U미디어팀 soonk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