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엑스포와 디지털 한류

ET단상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가 국민에게 새로운 설렘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산유발 효과 10조300억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조사)에 이르는 ‘경제 올림픽’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파리나 밴쿠버 등 엑스포를 거쳐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발돋움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도 그렇다. 엑스포야말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몇 단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국력이 승패를 가른 것으로 흔히 얘기된다. 동계올림픽 유치 때의 평창과 달리 모로코 탕헤르에는 앞선 국력(글로벌 네트워크)을 바탕으로 여수가 이길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냉엄한 국제질서의 현실이다.

 이번 득표전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국제 봉사활동을 통한 한국의 이미지다.

 열세를 느낀 모로코는 지난 7월부터 같은 대륙에 속한 아프리카 나라들을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으로 새로 가입시키는 변칙 전술로 나왔다. 이 때문에 8월 말 101개국이었던 회원국은 개표 직전 140개국으로 늘어났고, 모로코 국왕은 “잘사는 나라들만 엑스포를 독점하게 하지 말고 아프리카에서도 한번 해보자”고 아프리카 국가의 감성을 파고들면서 한국 지지표를 빼앗아갔다. 이러한 막판 추격으로 탕헤르가 여수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따라붙는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이럴 즈음에 매우 위력적인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봉사활동을 통해 쌓아올린 한국의 국가 이미지였다. 오랜 기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민간과 정부 차원의 봉사활동이 이어져왔기 때문에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 한국의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대표단이 신규 아프리카 가입국과 수월하게 접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다는 연대감보다 한국의 국제공헌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정통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 역시 다른 나라는 하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아프리카에서 전개해오고 있다.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KIV)과 정보접근센터(IAC) 구축사업, 해외 IT 전문가 초청연수(KoIL)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매년 여름방학 철에 300여 젊은이가 세계 곳곳에 나가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은 올해까지 아프리카 16개국에 196명이 파견된 바 있다. 올해도 나이지리아·세네갈·우간다·남아공·짐바브웨 등 10개국에 44명이 나가 열심히 IT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인터넷청년봉사단은 파견국에서 단순히 인터넷이나 포토숍 등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앞선 디지털 국력과 함께 김치와 태권도·탈춤 등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외교사절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다수에게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 브룬디는 올해 파견단원의 봉사활동 개소식에 정보통신부 차관이 참석했고, 봉사단원은 누크르지자 대통령과 면담까지 했다.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는 경제부 장관 등 고위인사가 모두 모여 한강의 기적과 IT산업 강국으로 성장한 배경 등을 물어보았다 하니 이만한 국위선양도 없다. 특히 이들은 RTNB(부룬디 국영방송)의 프라임 타임(오후 6∼8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시간 동안이나 한국을 소개하기도 했다. 방송국 개국 이래 동양인 출연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통칭 ‘인터넷 플라자’로 불리는 정보접근센터는 이집트·튀니지·나이지리아·케냐 4개국에 구축됐다. 계속 구축국가를 늘릴 예정이다. IT 전문가 초청연수 역시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22개국 144명, 올해만 12개국 26명이 ‘IT 코리아’를 체험하고 돌아갔다. 인터넷 플라자는 이들 국가의 중심부에 구축되어 현지 국민이나 관료들이 매우 열심히 활용하고 있고 초청연수를 받고 돌아간 IT 관련 관료나 전문가들은 열성적인 ‘친한파’나 ‘지한파’가 돼 자발적인 ‘IT 코리아 홍보대사’가 된다.

 흔히 이러한 해외 IT 봉사활동의 전개, 즉 ‘디지털 한류’ 확산은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왜 그런 일을 하느냐는 말을 듣는다. “그런 돈 있으면 우리 국민이나 더 신경 쓰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도 나타났듯, 국가 이미지의 고양과 국가 브랜드 제고는 국민에게 엄청난 이익으로 돌아온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중국과 일본이 아프리카에 엄청난 물량공세를 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마음에 더 다가서는 것은 역시 우리의 ‘따뜻한 디지털 한류’지 않을까 싶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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