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유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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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를 타면 안전을 위해 금연이나 휴대폰 끄기, 벨트 매기, 등받이 세우기 등 까다로운 규칙을 지켜야 한다. 승무원이 일일이 점검하고 다니니 귀찮더라도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의 중서부를 왕래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SWA)은 이러한 안내를 익살스럽게 표현, 손님을 즐겁게 해준다.

 이를테면 금연에 대해서 “흡연실은 비행기 날개 위에 있으니 담배를 피우실 분은 밖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고 안내방송을 한다. 더러는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는 예정보다 빨리 안전하게 도착할 것입니다”고 한다. ‘웃다 보면 어느새 도착합니다(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는 격언이 이 회사의 표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같은 내용이라도 명령조로 말하는 것과 이처럼 유머를 곁들이는 것과는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일터를 명랑하게 하고 고객을 즐겁게 하는 이른바 유머경영의 전범(典範)을 보이고 있는 SWA는 1976년 텍사스에서 단 3대의 비행기로 출범했으나 절약경영과 유머경영에 힘입어 이제는 미국 제4대 항공사로 발돋움했는가 하면 지난 9·11테러 이후 수많은 항공사가 파산하고 적자에 허덕였으나 SWA만은 창사 이래 연속 흑자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SWA는 해마다 언론사가 선정하는 ‘시간을 잘 지키며 고객 불만이 가장 작은 항공사’의 단골 수상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경제잡지 포천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위로 이 회사를 선정한 바 있다.

 SWA가 유머경영을 정착시킨 것은 허브 켈러허 회장의 굳은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기업조직을 차별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 구성원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모든 업무에서 창조적 발상은 평소 익살스러운 언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 차림에 오토바이를 타고 공식행사장에 나타나면서 “놀라셨죠(What a surprise!)”라고 인사하는가 하면 토끼 복장을 하고 기내를 오가며 승객에게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회사 분위기 때문에 사원은 ‘오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하고 기대하면서 신바람나게 출근한다. 거래처와의 업무도 유머경영이 자주 활용된다. 이 회사의 한 영업사원이 어떤 중견기업 회장과의 면담 요청이 계속 거절되자 “저는 하나님도 매일 만나는데 회장님은 영원히 만날 수 없군요”라고 유머 있는 불평을 함으로써 면담도 이뤄지고 거래를 성사시킨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의 물류회사 페덱스의 스미스 회장이 자사비행기에 모범사원의 이름을 새기게 하면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 카메오로 깜짝 출연하는 것도 이 같은 유머경영의 일환이다.

 세계 역사상 위대한 지도자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공통 특징은 절망을 모르는 낙천적인 세계관과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유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유머리스트였다. 특히 성공한 CEO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자신감·독창성·호기심·유연성 등은 유머의 본성과 일치하므로 CEO는 이제 최고여흥자(Chief Entertainment Officer)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유머는 메마른 사회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유머경영이라고 단순히 웃고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보다 밝고 명랑한 일터를 만들고 사용하기 즐거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신뢰를 구축해가는 경영전략이다.

 유머가 없는 사람은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사람이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줄 모르는데다 좀 더 다른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할 만한 여유가 없기에 건조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머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교양과 순발력에다 아이러니와 부조화가 보여주는 이의성을 이해해야 하고 반전을 기획할 줄 알아야 하며 긴장과 기대감을 조절해야 한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영자라고 칭송받고 있는 잭 웰치로부터 GE회장으로 낙점받은 제프리 이멜타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고 성공비결을 밝힌 바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유머 창조의 근원이며 일에 웃음이 가미될 때 그 효과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갈수록 건조해지는 디지털시대의 지루한 일상을 뛰어넘기 위해 어느 조직에나 건전한 웃음을 주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한 세상이 됐다. 우리도 이제는 입사시험 면접 때 시험관을 웃길 정도가 돼야 합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김동현(한국광고단체연합회 부회장) dhkim@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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