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엔론 사건 이후 컨설팅업계 지각 변동
필자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언스트영컨설팅은 97년 이후 다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기억나는 프로젝트에는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 LG화학과 LG산전의 IT 전략, LG그룹 각 계열사의 IT 수준 평가, 현대전자(현 하이닉스)의 SAP 구현 등의 컨설팅이 있다. 특히 현대전자는 2년 동안 1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언스트영은 1999년에 접어들자 컨설팅 수요 증가로 다수의 수주가 가능해졌다. 특히 기업 IT 전략이나 PI 전략 및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글로벌 솔루션 구현 능력이 있는 컨설턴트를 보유해 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에따라 인력 양성 및 유지·영업 전략·내부시스템 효율화 등 사업 전략을 수립, 컨설턴트를 130여명으로 증원하는 등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한국 법인에 300만달러 이상 재정 투자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컨설팅 데이터베이스를 공유, 본사 부담으로 시니어 파트너 파견 등의 활발한 교류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1998년 1999년 미국 엔론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 컨설팅업계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이 불어닥쳤다. 분식회계에 대형 글로벌 회계법인인 아더엔더슨이 공모한 것이다. 아더엔더슨은 엔론을 위해 막대한 금액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이 분식회계를 공모한 중요 이유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후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독립성 유지 차원에서 ‘컨설팅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란 의문이 속속 제기됐다.
사건 여파로 아더엔더슨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감당할 수 없어 결국 해체의 길을 걸었다. 분식회계 방지를 위한 ‘샤베인-옥슬리’ 법안도 통과됐다. 법안에 회계법인의 컨설팅사업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 글로벌 컨설팅사의 판도가 크게 바뀌게 됐다.
언스트영은 글로벌 언스트영컨설팅 조직을 통합, 프랑스의 시스템통합(SI)기업인 캡제미나이에 120억달러를 받고 2000년 5월 말에 매각했다. PwC의 컨설팅부분은 IBM에 매각됐다. KPMG는 컨설팅 파트너가 베어링포인트FMF사를 설립, 분리해 떨어져 나갔다. 앤더슨컨설팅은 아더앤더슨의 지분을 정리한 후 액센츄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다만 딜로이트는 컨설팅사업 매각과 분리에 실패 지금도 회계법인 내에 컨설팅사업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으나 딜로이트가 회계감사를 하는 기업에 대해선 컨설팅 프로젝트를 할 수 없는 등의 제약을 받았다. 이같이 회계법인 내에 사업부로 있거나 회계법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글로벌 컨설팅기업이 대형 SI업체 혹은 벤더업체에 매각되거나 분리되는 등 업계가 재편됐다. 언스트영한국도 2001년 5월 말 매각, 캡 제미나이가 100% 지분을 보유하는 캡제미나이언스트영(현재 캡제미나이)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에따라 조직·운영방법·직함의 명칭 등 모든 것이 인수업체의 체제로 일시에 바뀠고 최고경영자(CEO)에 외국인이 임명됐다. 당시 필자는 언스트영 본사와 재정 투자·사업 확대·사업 전략 등 중요 사안을 놓고 긴밀히 협의하던 중이어서 이 같은 변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주식회사로 운영되는 SI회사인 캡제미나이와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는 언스트영은 경영과 운영방법·조직체계가 모두 달랐다. 외국인 CEO의 경영 방침은 한국 실정과 거리가 있었다. 필자 또한 회사 내 위치와 역할이 불분명해졌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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