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 닮은꼴 네이버와 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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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절대권력 네이버가 수난이다. 증권가의 최강자 미래에셋도 수세에 몰렸다. 한국의 경제지형도를 바꾼 양대 스타가 비슷한 시기, 동병상련의 닮은꼴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의 상징이다. 야후와 다음을 차례로 제쳤다. ‘검색’이란 핵미사일을 들고 나와 시장을 평정했다.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유행어는 벌써 한참 지난 일이다.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뉴스 콘텐츠만 해도 70% 이상이 포털에서 소비된다.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강력한 지위를 갖고 있다. 게임분야를 포함한 NHN의 기업가치는 KT와 견준다. 인터넷 가치 및 먹이사슬의 최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은 주식시장의 미다스 손이다. 출시하는 펀드마다 대박행진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 탓이다. 심지어 ‘인사이트 펀드’라는 상품을 출시하니 국내 펀드 유입자금의 70%가 몰렸다. 이 정도면 싹쓸이 수준이다. 주력사인 미래에셋증권의 기업가치만 6조원 규모다. 거대기업 삼성증권과 엎치락 뒤치락이다. 주식시장에선 ‘미래에셋 따라하기’가 패션이었다. 기관·개인 가릴 것 없이 ‘따라가는 것’이 곧 대박이었다. “미래에셋이 망하면 한국 투자가들도 같이 망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우리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온라인 권력의 힘’을 경험했다. 참여정부에선 더욱 증폭되고 지속적인 확대재생산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언론의 고유영역으로 치부됐던 의제설정 권력까지 넘어갔다. 네이버 초기화면에 올라가는 뉴스가 그날그날 일상의 의제가 된다. 견제받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오프라인 권력의 반격이 시작됐다. 무차별적·선정적 역기능에 메스를 들이댔다. 대선정국에서의 중립성 강요도 덧붙여졌다. 창사 이래 처음 겪어보는 환경에 네이버는 몸을 낮췄다. 댓글 제한적 실명제도 충실히 따랐다.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정치이슈도 초기화면에서 가급적 배제했다. 대선 정치 관련 뉴스와 댓글은 따로 분류했다. 그런데 ‘다음’에 역전됐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음은 별다른 변화 없이 대선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넷심’이 떠난 것으로 해석한다. 급기야 이번주에는 대선관련 뉴스를 초기화면에 올렸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카테고리화했다.

 미래에셋 역시 전방위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시중 자금의 ‘미래에셋 쏠림 현상’에 경고음이 잇따른다. 투자자의 ‘한탕심리’에 편승한 마케팅을 그만두라는 비판도 나왔다. 펀드 매니저의 선행매매 의혹까지 불거졌다. 금융감독 당국도 “위법사항을 조사하겠다”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보란 듯 반동이 일어났다. 미래에셋이 투자한 종목이 최근 급락한 것이다. 하락 장세에 루머와 기관·경쟁사의 견제까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이쯤되면 거의 ‘미래에셋 왕따 분위기’다.

 네이버와 미래에셋에는 어차피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몸집과 영향력 키우며 정신없이 달려온 과거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교훈을 얻으면 된다. 네이버는 비즈니스 행태가 ‘오프라인 재벌 뺨친다’는 비난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나눔’의 온라인 속성을 잊어서도 안 된다. 우월적 지위로 ‘을’의 기업에 군림하는 것은 아닌지 늘 자문해봐야 한다. 갈등 지향적이고 선정적·상업적 의제에 매몰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더욱 사회의 밝고 따뜻한 모습을 비춰달라는 요구도 많다. 해외 진출하고 온라인 전체를 아우르는 선도기업으로 자리 매김하라는 것이다. 오프라인 권력도 이로써 검증받는다. 미래에셋 역시 시장의 균형발전과 국내기업의 해외 몸값 높이기에도 좀 더 신경써야 한다. 1등은 어렵다. 그것이 1등 기업의 숙명이다.

 이 택 논설실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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