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도 벌써 그 끝을 향하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는 다른 어느해보다도 큰 성과들이 있었다. 그 결정판은 2차 남북정상회담이 아닌가 싶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일반의 예상을 깨고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 합의사항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후속작업으로 최근 서울에서 총리급 회담이 개최됐고 내용도 남북 간의 발전을 가속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풀릴 것 같으면서 잘 풀리지 않는 것이 남북관계다. 반대로 꼬일 대로 꼬여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를 때 의외의 방향에서 실타래가 풀리는 것 역시 남북관계다. 그만큼 어떠한 정형이나 흐름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남북 간 정치적·사회적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고 불행한 역사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로 믿고 신뢰하기까지 매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오늘날과 같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 것은 여러 분야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북교류를 처음 진행했던 많은 기관이나 기업체 담당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별것 아닌 일 가지고 사업 전체가 위태롭게 되거나 무산될 뻔 한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지금이야 별것 아닌 일이 됐고 서로 이해하게 됐지만 초기에는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개성공단에 처음 입주했던 어느 기업 관계자는 입주 초기만 하더라도 업무와 관련된 내용보다 생활적으로 부딪히는 문제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북측은 북측대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 발생하면 전체회의를 열거나 상부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그 문제라는 게 호칭·의사 전달 방식의 문제 등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뜸을 많이 들여야 맛있는 밥이 된다고 한다. 지금 남북관계가 그러하다. 남북교류에서 실제로 사업이 진행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이 진행되려면 양측이 서로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과 서로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측 내부 사정에 대한 고려가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타 여러 문제가 존재한다. 이번 총리회담에서 내년부터 개성공업지구 내에 인터넷 사용을 합의했다. 사실 인터넷 사용 문제는 개성공단 입주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것이다. 사업을 하는 위치에서 통신문제가 원활하지 않으면 많은 부담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제기했던 것인데 이제야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인터넷은 북측에서 보면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따라서 선뜻 인터넷을 개방하기 쉽지 않았지만 우리 측도 인터넷 개방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기에 일정 시점에 도달해서 일이 성사된 것이다.
남북교류는 처음 일이 성사되는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일단 성사되면 속도가 붙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뜸을 오래 들이는 것이 오히려 그 이후까지를 놓고 봤을 때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2008년을 그려 보면 이제는 뜸이 어느 정도 들어 마지막 마무리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마지막 불 조절을 잘해야 맛있는 밥이 되듯 지금부터 구체적 사업을 하나하나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 큰 흐름은 개별 기업활동보다 북한의 기본적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사업 중심으로 남북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낙후한 북한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일시적 성과를 내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남북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광물자원과 연계한 사업이라든지 상환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접근 등 새로운 교류 모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인적 자원 개발도 중요한 분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남북관계가 장기적 비전을 가지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현실적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면 문제를 성공적으로 풀어감과 동시에 장기적 계획과 목표를 설정해 흐름을 일관되게 가져가는 것이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유완영 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