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인순이는 예쁘다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중략)…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새삼스럽게 가수 인순이가 화제다. 그가 부른 노래 ‘거위의 꿈’에 담긴 ‘난 꿈이 있다’는 가사에 “30년 만에 (TV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해봤다”는 삶의 질곡(혼혈인을 향한 사회 편견)까지 스며든 까닭이다.

 특히 인터넷이 뜨겁다. ‘감동이었다’는 칭찬부터 ‘노래 너무 좋네염… 수능 봤는데… 참 힘드네요…에휴!’라며 감정이입에 이르기까지 ‘젊고 따뜻한 댓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

 지금 인터넷에 펼쳐지는 ‘인순이표 감동’은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 원더걸스의 ‘텔 미’ 열풍을 누를 정도다. 실제로 한 지상파 TV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최고 시청자 선호도’를 도약대로 삼아 ‘텔 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또 같은 방송사에서 수·목요일 밤에 방영하는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가 미묘한 관심 상승기류를 만들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가 이 드라마 제작진과 주고받는 ‘문화코드’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김씨는 △왜 하필 예쁘다고 했는지 △왜 주인공이 혼혈인이 아닌 살인자인지 △왜 극중에서 의도적으로 인순이를 거부하는지 등을 제기했다. 이에 드라마 제작진은 21일 밤 방영분에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순이 노래를 “듣기 싫다”며 꺼버리게 해 새로운 문화코드와 해석을 예고하게 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대한민국 젊은이의 움직임이다. 한 UCC전문 회사에서 제공하는 ‘TV 노래방 전용 영상편집기’로 직접 ‘거위의 꿈’을 부른 뒤 인터넷에 올리는 청년이 생겨나고 있다. 냉철하게 보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음치인지 아닌지 아슬아슬할 정도다. 그 제대로 즐길는 열정과 당당함!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김포외고 입시 부정’을 밝혀낸 두 여중생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이유, 바로 그것이다.

 인순이처럼 대한민국 청년에게는 꿈이 있고 언젠가는 운명이라는 벽을 넘어 하늘 높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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