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상파 시사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카세트테이프에 얽힌 세상만사가 인상깊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카세트테이프는 찍어내기 바쁜 인기 상품이었다. 톱스타 가수도 이를 매개로 떴다. 하지만 이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위 ‘뽕짝’ 중심의 노래테이프로 살아남아 있다.
카세트테이프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 그대로 음을 담는 접시인 음반과 턴테이블로 상상되는 전축의 시기였다. 전축, 즉 축음기를 향한 첫걸음은 1857년 한 프랑스인이 나팔과 고막에 해당하는 자동소리기록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는 그해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발명에 대한 출판을 빨리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야기는 70·80년대 가정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전축의 추억이다.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출시하면서 이 또한 바뀌었다. 비행기 여행 중 음악을 듣고 싶다는 소망을 현실화한 워크맨은 사람들의 음악 듣는 습관을 바꾸어 버렸다. 2002년엔 우리나라의 엠피맨닷컴이 자체 개발한 MP3플레이어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듬해 미국의 애플은 이 제품과 자신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온라인음악서비스를 시작, 타임지에 ‘올해의 상품’으로 등재되기에 이른다.
이제는 MP3 음악을 들으며 다니는 젊은이를 보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마치 80년대 초 워크맨을 듣고 다니는 젊은이들 같다. 그때와 다르다면 음악을 듣는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점일 것이다.
오래 전 프랑스의 한 소설가는 ‘겨울 전쟁터의 소리들이 얼음 속에 얼어붙어 있다가 봄이 되어 얼음이 녹자 다시 들린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엊그제 서태지가 자신의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아날로그 음반이 10만원 가까운 고가에도 불티나게 팔려 품절됐다 한다. 공짜 음원 내려받기다 뭐다 해서 얼어붙은 음악산업계가 이를 계기로 훈풍을 맞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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