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특산물을 우편교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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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우편제도에는 특산물 우편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전국의 특산물을 우체국에서 구입, 신청하면 생산자가 소포(택배)로 보내 준다. 연간 주문이 600만건이나 되고 거래 금액도 1250억원에 이른다. 1986년도에 시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농산품·수공예품·수산품 등을 다룬다. 특히 인터넷 주문이나 문전 탁송(택배)이 정착되기 이전인 1986년 시작된 제도로서 중소기업이나 농가 생산자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지난 20년을 거치면서 취급건수나 금액도 꾸준히 늘었다. 민간인의 다른 택배나 인터넷 쇼핑이 등장해 배송 불안이나 사기판매 같은 위험이 있지만 우체국의 공신력과 철저한 품질 관리 때문에 여전히 그 존재 가치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6·25전쟁 기간 동안 남북에서는 약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신 한 장, 전화 한 통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가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10년간 몇 만명에 불과해 신청자만 소화하는 데 114년이 걸린다고 한다. 최근 영상 상봉이 실시됐지만 이 또한 지극히 제한적이다. 북녘에서 이산가족이나 국군포로는 뜨거운 감자 격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피 대상 1호며 북녘은 남녘의 아킬레스건을 이용해 대북 지원을 끌어내는 지렛대로만 활용할 뿐이다. 가족상봉에서 설사 만나는 가족끼리도 2∼3일 동안 눈물만 흘리다가 다시 헤어지고 나면 문자 그대로 영영 만날 길이 아득하다. 인도주의를 소리 높이 외치지만 지극히 형식적이면서 지속적인 제도화는 아득한 감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향민 1세대는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달리 대안이 없으며 임진각에서는 합동 제사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돼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풍경이 지속돼야 할까.

 한때 북녘 대동강에서 건축자재용으로 모래를 실어 온 일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건축자재보다 고향의 모래라 해서 실향민이 분양해 가는 바람에 수입업자가 상당한 재미를 보았다는 뒷얘기가 전해진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해 보면 추석·설날 같은 민족 명절이나 생일, 혹은 제사 같은 개인 기념일에 고향의 식재료나 특산물을 가지고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하는 일을 펼쳐보면 어떨까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남북에서 각각 자기 고장 특산물을 그곳 우체국에 주문해 서로 교환하는 이른바 물류교류 방식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남북 우체국장과 체신분소장이 자기고장의 특산품 품질을 보장하고 우송과 택배를 보장하면 어떨까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주소체계 정비나 우편번호만 있어도 주문 처리가 가능하고 이를 지원할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친지와 친척이 없더라도 약품이나 의료기기·컴퓨터(바세나르 협정 준수 품)·서적 등을 해당기관에 직접 보내 주는 일도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경의선 도라산 역에는 이미 물류 거점이 설치돼 있으며 경원선과 도로도 곧 개통될 전망이므로 이를 이용해 특산물 주문 우편물을 남북이 서로 교환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남녘 우정당국자나 북녘 체신성은 서로 합의해 특산물 교환 제도를 운용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

 이왕이면 아는 사람 집에서 물건을 사주는 ‘물건들 갈아 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미풍 양속을 계승해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포를 도운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일 것이다. 여기에 펴주기란 말이 발 붙일 틈이 있을까.

 엊그제 끝난 총리회담에서는 개성에 3통(통신·통행·통항) 교류에 합의하고 인터넷 교신도 가능하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물류교류 시대를 달성할 인프라 환경은 조성된 셈이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 내년 5월 평양 총리회담에서 이를 합의한다면 내년 추석부터는 고향의 맛과 흥취로 제사를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진용옥/ 경희대학교 전파공학과 교수 chin3p@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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