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류필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노틸러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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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직장에서 오래 버티기 힘든 시절에 무려 35년 간 한 직장에서만 근무했다면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일까.

 그런 점에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스(HIS)와 노틸러스효성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류필구 사장(62)은 모든 샐러리맨들이 꿈꾸는 성공한 최고경영자(CEO)임에 틀림없다.

 스스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보람과 자랑이 효성그룹에서 한 우물만 판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직장과 일에 미쳐 가족들과의 여행도 평생 3∼4번 밖에 못갔다. 그것도 요즘 들어 좀 다녔다고 하니 성공한 CEO이기 전에 간도 큰 사내다.

 그의 별명은 류 대리. 고집세고 꼼꼼하고 웬만한 일도 다 챙긴다는데서 지어졌다. 모든 경영사항에 대해 치밀하게 따져보고 팀장들한테 윽박도 서슴지 않는다.

 이쯤 되면 부하 직원들은 피곤할 만한데 오히려 존경을 받는다니 인복도 있다. 끈질긴 영업력과 추진력으로 HIS와 노틸러스효성을 그룹내 알짜회사로 키워낸 공로도 평가받는다.

 언론 기피증이 심해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하던 그를 만났다. 그러나 “인터뷰하지 말고 편하게 차나 마시자”던 그와의 인터뷰는 1시간이 훌쩍 넘게 이어졌다.

 ◇안동이 고향인 ‘양반’=날카로운 눈매, 시커먼 얼굴, 경상도 사투리의 류 사장은 고을마다 골짜기마다 ‘양반’ 많기로 유명한 경상북도 안동 출신이다.

 “안동은 이조시대 때도 통일신라시대 양식의 탑을 쌓았던 곳이예요. 안동사람들은 세상에 간고등어가 제일 맛있고 풍산 뜰이 가장 큰 줄 알아요. 또한 안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 보존이 잘 된 곳입니다. 바꿔 말하면 변화 속도가 그만큼 늦다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고 보수적이라는 류 사장은 영락없는 안동 양반이다.

 유년시절 안동에는 큰 집들마다 ‘개인 감옥’이 있었을 만큼 엄했다고 한다. 재계에서 깐깐한 CEO로 통하는 것도 안동의 피를 이어받은 탓이 아닐까.

 ◇효성과 만나다=그가 효성그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72년. 효성그룹의 전신인 동양나이론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연세대 상대를 나온 류 사장은 동양나이론, 한국투자공사, 모 은행에 합격했지만 동양나이론을 선택했다. 왜냐면 동양나이론이 제일 먼저 신입사원 소집을 해서란다. 입사 1주일 후 안양공장과 울산공장에서 한달 간 교육을 받고 바로 실무에 배치됐다.

 그 당시부터 영업 잘하기로 유명했다는데 비결을 물어보니 대뜸 ‘구멍가게 주인같은 스킨십’과 ‘경찰같은 현장주의’를 꼽는다.

 “고향이 같으면 무조건 사 줍니까. 또 대학 후배라면 사 줍니까. 구멍가게 주인은 동네 주민들 세세한 부분까지도 다 알지 않습니까. 그렇게 가족같이 지내다보면 자연히 물건 팔 수 있게 돼요. 그리고 사무실에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 고충을 들어주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감성 품질을 지금도 강조하고 있어요.”

 영업통이던 그는 85년 HIS가 설립되자마자 합류한 후 10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초고속 승진인 셈이다. 지난 2005년부터는 노틸러스효성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효성그룹 IT를 총괄하는 정보통신 PG장이기도 한 그는 ‘IT=상상력’이라고 말한다. 본인 스스로 그 상상력을 경영에 적극 반영한다.

 “앞으로 5년, 10년 뒤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 부문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뽑을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창의력, 상상력이 있는 얼리어답터 같은 친구들을 많이 뽑아 지원할려고 해요. 엉뚱한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있어야 합니다.”

 ◇치밀하게 경영하라=그는 무릇 경영자는 치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살아왔다. CEO가 의사 결정을 할때 치밀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흔히들 정주영 회장이 선이 굶고 의사 결정을 시원시원하게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다릅니다. 정 회장은 부하 직원들보다 현장을 더 챙겼어요. 공장 부지 하나 매입할때도 쉽게 결정했지만 이미 머리 속에는 땅에 대한 정보가 다 들어 있었다고 해요.”

 일도 즐겁고 열정적으로 하기를 요구하고 스스로도 그렇다. “부자들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게 바로 ‘성실한 자세’라고 합니다. 즐겁고 성실하게 일을 하면 당연히 성공 확률이 높아질거 아닙니까.”

 HIS는 류 사장이 사장을 맡은 95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안냈다. 노틸러스효성은 그가 2005년 사장으로 취임하고 바로 흑자 전환됐다. 지난 해 두 회사의 매출은 각각 1800억원, 28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100억원과 35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장을 12년 동안이나 하면서 아직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지 못해 임직원들한테 미안하다는 그에게 욕심이 많은 거 아니냐고 물으니 경영자가 욕심이 없이 어떻게 직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냐고 되묻는다.

 그는 성과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직원들에게 나눠 준다. 노틸러스효성이 2년 연속 흑자를 내자 직원들의 상여금을 대폭 늘려 환호성을 자아내게도 했다.

 “사실 이제 저는 젖은 낙엽 아닙니까. 효성이라는 브랜드를 IT업계 확고한 선두주자로 만들고 언제든지 용퇴할 생각입니다” 사장 자리 그만 둘때까지 ‘영원한 류대리’로 뛰겠다는 그에게 은퇴 후 계획을 물었다. “울산공장 시절 6개월 동안 10번 만나고 결혼한 집 사람에게도 이제는 봉사해야죠.”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etnews.co.kr

▽류필구 사장 프로필

1945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류 사장은 효성그룹에서만 35년을 근무한 성공한 샐러리맨이다. 그룹 정보통신 부문(PG)의 수장으로 효성그룹의 IT 총 책임자다. 64년 안동고를 졸업하고 그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 73년 졸업했다. 졸업반 시절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78년 효성그룹 종합조정실 조정과장, 85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스(HIS) 창립과 더불어 관리부장, 90년 이사를 역임했다. 96년부터 대표이사 전무, 200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2005년부터는 노틸러스효성의 대표이사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부산 출신의 김외자(57)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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