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대박 아이템’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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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년 전의 일이다. 최고의 직업이라는 의사도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 뉴스가 되기 시작할 때다. 그 이후 산부인과와 정형외과의 인턴과 레지던트로 지원하는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는 상식이었다. 의사 사회 내에서도 3D직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당시 안과와 성형외과·정신과 등이 인기 진료과목이라고 들었다. 그때 나는 일간지 기자였고 ‘동네병원이 망한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썼다. 당시 주요 취재원이 산부인과와 정형외과 의사 그리고 병원협회 관계자들이었다. “제발 일간지에 이 문제를 이슈화해서 의료보험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데 산부인과가 잘 되겠느냐” “산부인과와 정형외과 지망하는 의사가 없어지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 “사람을 정상 분만하는 일이 강아지 낳는 것 도와주는 것보다 돈을 적게 번다” 등이 그때 들은 이야기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런 내용으로 특집기사를 썼다. 그 기억이 병원산업을 향한 나의 기본 관념으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됐다. 그러나 최근 나의 이런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올해 초 모친이 무릎관절 수술을 했다. 젊었을 때 시골에서 농사지으랴 자식 공부시키랴 고생해 무릎관절이 모두 닳았던 것이다. 나는 수소문해 목동에 있는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그 병원에서 모친은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두 다리 모두 수술을 하고 수백만원을 병원에 지급했다. 정말 세상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효도했다는 생각에 기분도 좋았다. 그때 나의 눈을 사로잡은 플래카드가 하나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 20,000회 돌파’. 얼마 전 그 병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1만5000회 돌파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는데, 벌써 2만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들이 바로 얼마 전까지 3D직업이라고 알려진 정형외과 의사들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지난해 5월 늦둥이를 보았다. 산모도 불혹의 나이에 가까운지라 마음이 초조했다. 늦둥이라 처가 병원에 갈 때 몇 번 따라간 적도 있었다. 그때 내가 본 산부인과는 옛날 산부인과가 아니었다. 산모와 함께 온 남편을 위해 초음파 검사에서 나오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소리도 들려줬다. 또 기형아 검사 등을 하면서 보험과 일반을 나눠서 검사항목을 소개했다. 그때 내 마음은 분명했다. “마흔 넘어서 낳는 아기인데 한치의 잘못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가장 좋은 것으로 해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리고 출산할 때 무통분만을 하는 등 병원에서 추천한 것은 거의 다 한 것 같다. 병실도 호텔 수준이었다. 물론 병원비는 비쌌다. 그런데 늦둥이를 낳는 머릿속에는 “내게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데”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두 가지 사례를 보면서 의료시장의 블루오션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버세대의 급성장과 저출산 시장의 특성을 아주 잘 분석해 레드오션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블루오션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대박의 꿈을 안고. 그러나 많은 이가 블루오션 아이템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서해안 보물섬 발굴·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 발굴 등이 그런 내용이 아닐까. 그러나 대부분의 대박 아이템을 조사해 보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별로 없다. 현실에서 잘못된 것은 없애거나(erase) 줄이고(reduse) 좋은 점은 늘리거나(raise) 만들어서(create)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블루오션 전략이지 않을까 한다.

 얼마 전 우리 회사는 전시사업을 하는 경향하우징이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경향하우징페어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브랜드 전시회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산업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어떤 이는 레드오션의 대표산업이라고 한다. “남부순환로를 달리면 육교에 전시회 간판이 안 걸린 적을 본 적 있느냐”는 것이 그의 논거다. 너무 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회사도 난립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반면에 어떤 이는 미래 지향적인 산업의 대표라고 한다. 산업이 발전하면 전시회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인수했다. 현재 오프라인 전시사업만으로도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하지만 B2B 전자상거래와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최악의 레드오션도 누가 하는지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확고하다. 또 블루오션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장단점을 얼마나 ERRC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은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이상네트웍스 대표이사 조원표 wpcho@e-s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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