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가전 매장을 둘러보고 있을 때면 “HD급하고 SD급의 차이는 뭔가요”라든가 “LCD TV는 잔상이 남는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등의 질문을 하는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LCD TV가 지금처럼 TV 시장의 주인공으로 자리 매김하기 이전이었던 터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겼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는 아직도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장에서는 벌써 HD를 넘어 풀HD급 화질이 제품 선택의 기본 사항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TV 생산업체에 LCD 패널을 공급하는 우리는 이처럼 소비자 인식과 요구가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변화가 생산업체가 어떤 제품을 개발하게 만드는지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소비자와 생산업체의 요구보다 한발 앞서 그에 맞는 패널을 개발을 하기 위해 늘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지만 예전과는 달리 요즘 소비자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최근 미국 출장 때의 일이다. 애플·소니 등의 매장에서 새로 출시된 제품과 이를 둘러보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고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내가 놀란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결코 신제품에 놀라워하고 신기해 하는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은 요구를 어렵사리 포착해 개발된 제품이 자신들의 요구를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심사위원단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처럼 이제는 기술 개발 속도가 소비자 요구를 앞서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조금 앞서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성공적인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B2C 기업은 물론이고 우리와 같은 B2B 기업 또한 소비자와 생산업체의 요구를 단순히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그들의 속마음까지 읽어내고 이를 제품 개발 방향에 투영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기술보다 빠른 소비자 앞에서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할 때다.
LG필립스LCD TV상품기획팀 장성화 차장 jsh0420@lgphilips-lc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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