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에서는 때 아닌 기상이변이 속출했다. 봄에는 한 해 내릴 비의 절반이 하루 만에 퍼붓는가 하면 가을에는 모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피해 또한 점차 커지고 있다. 온도변화와 해수면 축소에 따라 농작물·수산물의 수확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상기후로 인한 질병 확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에서 폭염·폭우가 잦은 아열대 기후로 변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가 지급해야 할 비용은 막대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지만 특히 기업에는 더 절실한 변화가 요청된다. 이미 우리나라 기업의 주요 수출시장인 EU·중국 등은 환경 관련 상품의 판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2005년 8월 판매자의 폐기물 회수를 의무화하는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을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납·카드뮴 등 유해물질의 역내 수입을 규제하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실시했다.
올해 3월에는 중국이 전자정보제품오염방지법(China RoHS)을 도입해 유해물질 함유량과 사용기간 표시를 의무화했고 앞으로 환경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어긴 기업에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수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우리 기업에 이제 환경문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친환경제품을 선호하는 최근의 소비자 경향도 기업이 변신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웰빙 바람이 불면서 제품 구매 시에 환경에 주는 부하가 적은지,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전력소모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집 증후군·환경호르몬 등이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면서 소비자의 환경문제 인식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지고 있으며 그만큼 친환경제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친환경제품이 아니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글로벌 기업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일본의 기업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경영체제를 구축해왔다. 일례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도요타는 지난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했으며, 친환경차 프리우스는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친환경 경영으로 소비자와 주주에게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미래 기업의 생존은 친환경 경영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환경경영을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환경 관련 지출을 비용으로만 보는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환경규제는 점차 높아져 가고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을 향한 욕구는 날로 커지고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는 한국 기업도 환경 관련 비용을 투자 개념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환경경영을 적극 도입해야 할 때다.
◆안경수 전 일본 후지쯔 아태지역 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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