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좋은 기획은 발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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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주고받을 때 “기획업무를 한다”고 하면 흔히 돌아오는 답례가 “머리 아픈 일을 하시네요”다. 하지만 줄곧 이 업무를 담당해온 나로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기획업무는 일을 만들어가는 ‘창조형’보다 사람 간의 관계를 읽어내고 조직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일의 핵심을 끌어내는 관계 중심의 ‘네트워크형’에 가깝다. 또 기획은 몸으로 하는 일이다. ‘발로 뛴 만큼’ ‘입이 아픈 만큼’ 현상과 문제가 정확히 반영돼 비즈니스 현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어떤 비즈니스 요구가 있는지 끊임없이 현장부서를 찾고 담당관리자를 찾고 실무직원을 만나고 대외적으로는 고객리서치나 직접대면·피드백 접수 등으로 끊임없이 고객을 분석하고 때론 고객접점의 일선에 서서 기업의 고객만족 경영에 대해 고객을 설득시키고 실질적인 비지니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획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순간에도 PC 안에 파일로만 저장돼 있는 계획이 많지 않은가! 이는 이 계획이 머리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고객을 만나보지도 않고 앉아서 고객조사기관이 던져준 고객만족도 결과만 분석하고 비즈니스 요구와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프로그램만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종종 외부에서 고객만족(CS) 기획관련 강의를 하곤 하는데 강의 내내 아쉬움과 호기심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다. 입도 꿈쩍하지 않고 머리로만 정보를 흡수하는 이 강의를 듣는 사람 중 과연 몇 명이 전사처럼 달려들어 내 노하우를 더 알려고 할까. 직접 찾아오면 1 대 1 교육이라도 해 줄 의향이 있는데 말이다.

 너무 앉아만 있는 기획자가 많다. 우리 조직이 IT 시장이라는 광활한 대지를 내달릴 수 있도록 조직에 고객을 향한 열정과 확신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발로 뛰는 전사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다. 현장 경영·현장 기획이 다시 강조되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나는 오늘도 많은 기획자가 ‘한 사람이 회사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기를 원한다. 그래야 발로 뛸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정수미 <한국HP 고객만족기획부 차장>sumi.jung@h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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