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지만 국내 유수의 신문·방송·통신사업자를 막론해 모두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신문사의 정치사회적 영향력도 과거와는 다르고 기업 규모도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세한 수준이다. 일부 인터넷매체 영향력은 대다수 종이 신문을 능가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한다. 지상파방송사도 수신료와 광고료로는 더는 채산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고 있다.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등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케이블TV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상파 멀티모드서비스(MMS) 도입, 위성방송의 공시청안테나(SMATV) 도입, 통신사업자의 IPTV 사업 추진, 외국PP 진입이라는 문제로 사면초가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방송시장의 연간 매출액이 수년째 8조∼9조 수준에 머물고 있는 동안 방송보다 약 5배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KT·SKT·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는 이제는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워지자 그 대안으로 위성DMB·IPTV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AT&T와 AOL타임워너의 경영실패, 한국에서의 위성방송 및 위성DMB 등의 사례에서 보듯 통신사업자가 방송시장에 진입해 성공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전통 언론 매체인 신문·지상파방송·통신매체·뉴미디어 방송인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공존하고 융합서비스로 DMB·IPTV·TV포털 등 신생매체가 속출하는 이른바 미디어 춘추전국시대의 미디어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첫째, 전통적인 경영효율화 방법으로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 작업과 기자가 원고도 쓰고 카메라 촬영도 하고 편집도 하는 1인 다역할로 미디어 종사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국내 모든 미디어 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불행한 사태의 진전이다.
둘째, 미디어 사업자 간 과감한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제휴로 미디어 사업자수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 전국 일간지는 200여개나 되며 케이블TV 사업 권역은 77개에 이른다. 통신사업을 제외하고 전통언론인 신문시장이나 방송시장은 사업자 수가 너무 많다. 수입 모델이 창출될 수가 없다. 미디어 소유권 규제완화 같은 법제적 뒷받침이 요청된다.
셋째, 디지털 전환(방송)·브로드밴드 망 구축(통신) 등 신기술개발로 투자비용은 증가하는데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체제는 가속화돼 미디어 요금은 계속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라이벌 기업과 경쟁에서 생존하고 투자비용을 조달하자면 외국자본 유입이 불가피하다. 국내 유수 통신사업체의 외국자본 침투는 위험수위고 뉴미디어 방송시장에도 외국자본 유입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가정책적으로 완전경쟁보다는 사업자 수를 고려한 제한된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미디어 기업의 존속, 발전을 위한 제도적 보장책이 경쟁정책보다 우선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경쟁체제로서는 모든 미디어 기업이 공멸의 필드를 질주해 갈 뿐이다.
넷째, 매체 간 돈줄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방송의 예를 들면 KBS는 수신료, 지상파방송사는 광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시청료, 융합서비스는 페이퍼뷰 중심으로 요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신문시장과 방송시장은 저요금 구조다. IMF 사태에서 보듯이 경제사정에 따라 좌우되는 위험한 재원구조인 광고 의존도를 줄이자면 신문 요금과 방송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
현재 국내 미디어 업계는 시장원리나 무한경쟁체제에만 맡겨둘 수만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규제기관에서는 ‘미디어 재정위원회’같은 기구를 만들어 미디어 산업 전반에 새로운 산업모델과 요금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언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디어의 자유와 책임 문제도 동시에 논의해야 할 주제가 될 것이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ysjung@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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