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디지털방송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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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TV로 디지털방송을 고객에게 선보인 지 3년이 됐다. 초기에 디지털방송을 고객에게 소개할 당시에는 “아날로그방송과 디지털방송이 뭐가 달라요?”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왜 이런 콘텐츠는 없나요” 하는 질문을 듣곤 한다. 고객의 디지털방송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고객과 이야기할 때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디지털방송을 TV에서는 아날로그로 시청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아날로그방송을 디지털방송으로 변환시켜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있지만 TV 연결은 아날로그 단자를 거친다. 엄밀히 말하자면 TV로 보고 있는 방송 화면과 음성은 디지털방송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모든 TV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인터페이스(DVI·HDMI 등)가 갖춰진 TV는 주변기기와 연결해 디지털로 즐길 수 있지만 아직 많은 고객이 아날로그 단자(컴포넌트·컴포지터·S-Video)로 연결해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디지털방송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한 고객은 디지털방송을 시청하는데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돌비 5.1채널로 나오지 않고 주변기기와 복잡하게 연결되는 것, 리모컨으로 돌비 5.1채널 소리가 조절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돌비 5.1채널로 감상하려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음성을 돌비 5.1채널이 되도록 제작해야 하는데, 제작 비용상 모든 프로그램을 이와 같이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돌비 5.1채널은 소리를 디지털(데이터를 0과 1로 표현)로 전송하기 때문에 리모컨으로는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없고 DVD·DTS 볼륨 기능으로 가능하게 돼 있다.

 두 가지 사례처럼 현장에서 고객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진정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업자 관점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이종현

 hanul22@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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