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튼튼하면 비바람 속에도 새벽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김상근 상보 사장(57)은 3년 전 한 지인이 안겨준 ‘효송(曉松)’이라는 호(號)를 명함 한쪽에 새겨 넣고 있다. 새벽 소나무처럼 언제나 의연하게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겠다는 삶과 경영에 대한 그의 의지이자 철학이다.
이는 곧 인쇄·코팅 기술의 한길로 채워진 지난 30년 상보의 역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 1977년 친한 선배가 물려준 작은 기계 한 대와 전세자금 40만원에 열정을 실어 상보화학공업사를 세운 그는 의류·식품 등의 포장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2년 뒤 그는 국내 처음으로 오디오·비디오용 오버래핑 필름 개발에 성공하며 오늘날 상보의 기틀을 다졌다. 카세트·비디오 테이프의 호시절이던 1980∼90년대에 관련 시장점유율 1위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저장매체로서 테이프의 위상이 크게 떨어진 요즘이지만 아직도 연간 80억원의 매출을 내는 향수어린 품목이기도 하다.
여기서 다진 코팅기술과 시장 경험은 2000년대 들어 세계 IT산업의 한축이 되고 있는 LCD 디스플레이용 필름 시장으로 옮겨져 오늘날 상보의 제2 도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 발전하는 IT산업의 큰 축인 LCD는 향후 20년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고 대부분 일본 수입에 의존해 온 관련소재를 국산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또다른 새벽을 준비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3년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 2003년 LCD용 광학산시트와 보호시트 개발에 성공한 그는 국내외 주요 패널업체에 납품하며 매출을 높여갔다.
이어 지난해 말 프리즘시트 개발까지 마쳐 확산·보호·반사·프리즘시트 등 LCD용 광학필름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체계를 완성했다.
특히 프리즘시트는 레진 등 원천소재까지 독자기술로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많은 국내 경쟁사들이 프리즘시트용 레진을 들여와 가공하는 것과 달리 상보는 실리콘 계열 레진을 자체 개발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은 2005년 해외 특허까지 출원돼 세계시장을 장악한 3M의 특허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기존방식보다 매우 적은 화학약품을 사용하고도 동등한 성능을 내는 친환경소재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친환경 기초소재 기업은 그가 그리는 상보의 새 비전이기도 하다.
“LCD·반도체·휴대폰 등 국내 전자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관련 전자소재의 70% 이상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초소재의 성능이 최종 제품의 부가가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소재 독립은 이제 기업생존의 문제기도 합니다.”
이 같은 생각에 그는 기초소재 개발을 전담하는 연구소와 여기서 개발된 제품의 응용을 연구하는 연구소로 이원화된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 가동 중이다. 그와 상보가 기초와 응용의 하모니를 일궈내며 국내 부품소재 산업을 대표하는 새벽 송(松)이 될지 주목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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